4월 6일 제79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윤석열 파면 이후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많이 참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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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6일 일요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제79차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퇴진 운동이 결국 파면이라는 성과로 이어진 후 처음으로 열린 팔연사 서울 집회였다. 많은 시민들이 느낀 안도와 기쁨을 닮은 듯, 이날 광화문에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300여 명의 참가자들 표정도 밝았다. 처음으로 집회에 나온 이들도 많았으며, 어떤 이들은 “윤석열 파면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에도 관심이 생겨 자연스레 오게 됐다”고 기자에게 밝혔다.
집회의 첫 발언자로 나선 가자지구 출신 재한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는 “지난 1년 반 넘게 이스라엘의 첫 공격 이후에도 연대를 멈추지 않은 한국의 활동가들과 연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살레흐 씨는 “이토록 오랫동안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각국 정부들은 공모하거나 침묵하고 있다”며,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노동자연대 김인식 운영위원은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낸 탄핵 운동의 성과를 언급하며, 전 세계가 이처럼 압제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고 외쳤다.
“헌법재판소는 시민의 저항이 쿠데타를 막았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대중의 저항이 압제자를 꺾었습니다. 압제자가 거인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무릎을 꿇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일어섭시다.”
이어서 김인식 운영위원은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제국주의 압제자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하마스에 책임을 전가하며 팔레스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고, “이스라엘이 존재하는 한 팔레스타인에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얼마 전 이스라엘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폭격해 9명을 살해했다. 이제는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에 장기 주둔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이스라엘의 중동 지배 야욕이 단지 팔레스타인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사건 중 하나다.
이에 시리아 출신 아미드 씨가 발언자로 나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아미드 씨는 “시리아에서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14년에 걸쳐 혁명이 벌어지는 동안, 시리아인들은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겪어 왔고 겪고 있는 강제 이주, 살해, 억압, 고문 등을 겪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아직 새 정부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악용해, 자위권 운운하는 핑계를 대며 시리아를 침공·폭격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지금도 팔레스타인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매일 죽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시리아인으로서 이런 이스라엘의 범죄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규탄합니다.”


팔연사 집회에서 힘찬 구호와 북소리로 행진에 활력을 불어넣어 온 이집트인 아흐메드 씨도 발언에 나섰다. “이렇게 매일같이 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세계 각국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들이 말하는 법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이 주장하는 인류애는 대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아흐메드 씨는 아랍 국가들의 침묵과 동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아랍 각국 정부들이 내놓는 입장들을 보면 정말 부끄러운 무능과 무대책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가자여, 밤은 지나가고 새벽은 자유와 함께 떠오를 것이다!”
아흐메드 씨의 힘찬 발언은 참가자들을 모두 고무했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주한 미국 대사관 앞과 인사동 거리 일대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상황을 알리고 연대를 호소했다.
시민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눈물을 흘리는 한국인들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지지의 의미에서 손을 흔들고 박수를 보냈다. 윤석열 파면 이후 거리의 분위기가 한층 고무돼서인지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더한층 느낄 수 있었다.
대열이 광화문을 지날 때, 인근에서 집회를 마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 대열을 보고 박수를 치며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춘천에서 온 한 대학생은, 윤석열 파면 이후 자신이 참여한 넉 달의 운동의 과정을 곱씹어 보려고 광화문에 왔다가 팔레스타인 연대 행진을 보고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설책으로 치면 지금 윤석열 탄핵은 첫 단락을 넘긴 거고 이제 그 다음 단락 중 하나가 여기[팔레스타인]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해 온 안드레아 씨도 오늘 팔연사 집회에 처음 참가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경을 초월한 인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참가자들을 경찰이 때리고 체포하고,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쫓겨나고 불법적으로 납치되고 있어요. 저는 한 번도 체포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체포가 저를 멈추게 하진 않을 거에요. 국적·인종·언어를 뛰어 넘어 모든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생각해야 해요.”
네덜란드에서 온 모로코계 학생 카디자 씨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셰이마 씨도 오늘 팔연사 집회에 처음 참가했다.
셰이마 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런 집회가 금지돼 있어서 오늘 한국에서 이 집회가 자신의 첫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라고 밝혔다.
카디자 씨는 “팔레스타인은 우리 모두의 투쟁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세계 여러 억압의 중심에 있는 사례처럼 느껴져요. 특히 비(非)아랍인들도 이제 깨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고 본지에 소감을 밝혔다.
행진해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도착한 집회 참가자들은 5월 11일 ‘나크바 77년 집중 행동의 날’에 더 많이 모이자고 결의하며 집회와 행진을 모두 마무리했다.
서울 팔연사 집회는 매주 계속된다. 윤석열 파면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인들과 이주 배경 참가자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