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제86차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의 인종학살과 의도적인 기아 조장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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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팔연사)의 86번째 서울 집회가 열렸다. 섭씨 30도 가까운 더위에도 다양한 국적, 연령대의 사람들 250여 명이 참가했다.
해외에 거주하다 잠시 귀국한 동안 오랜만에 집회에 다시 참가한 한국인도 있었고, 한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보내다가 소셜 미디어를 보고 참가한 프랑스인도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가자지구에서 학살 수위를 높이고 의도적으로 기아를 조장하는 이스라엘에 모두 분노를 표했다.
집회 장소를 지나치던 많은 행인들이 사진을 찍었다. 몇몇은 집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가던 길을 멈추고 집회에 참가한 행인도 있었다.

사회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 단체인 하마스가 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잔혹한 공격을 퍼붓는 이스라엘이야말로 전쟁 중단을 방해하는 진정한 원인”이라며 야만이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학교 폭격으로 화염에 갇힌 어린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세계적 공분을 일으켰다. 참가자들도 분노를 담아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는 구호를 외쳤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수상자이자 기자이며 영화 감독인 무함마드 사워프 씨가 가자지구에서 서울의 집회 참가자들에게 음성 메시지를 전했다.
“어제 가자지구 북부의 마지막 남은 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제로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공격을 강화했습니다. 하루에 백여 명의 순교자들과 수많은 부상자가 생깁니다.
“이스라엘군이 65일 넘게 식량 공급을 차단하면서 지금 가자지구는 전례 없는 기아에 이르렀습니다. 이스라엘군이 구호품 배분 전반에 개입하여 주민들의 존엄을 짓밟고 생명을 위협했습니다.”
사워프 씨는 전 세계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으로 이스라엘을 압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힘찬 구호로 화답했다.

고등학교 윤리 교사 정용 씨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팔연교)의 활약을 전하는 연설을 했다. 최근 팔연교 교사들은 나크바(아랍어로 ‘대재앙’이라는 뜻,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강제 추방한 사건) 알리기 계기 수업 자료를 만들어 동료 교사들과 공유하고 학생들과 토론했다고 한다.
“제 학생들은 나크바 계기 수업을 듣고,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서명을 받아 이스라엘 대사관과 미국 대사관에 전달해서 학살 중단을 요구하려 합니다.”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정용 씨가 학생들의 요구를 낭독할 때 참가자들은 함께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인 활동가 알리 씨는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공모하는 아랍 정부들의 위선을 규탄했다.
“아랍 나라들을 통치하는 독재 정권들은 그저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유일한 숨통이자 혈로인 라파흐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이 바로 이집트 정권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정의와 진실의 목소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의를 계속 지지하고 연대합시다.”
집회를 지나치다 말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 행인은 “뉴스로 접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 등으로 직접 들으니 피부로 더 와닿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거리 행진에도 많은 행인들이 지지를 보냈다. 독일에서 온 여행객은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리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버스 창밖으로 손을 흔드는 사람들, 영상을 찍으며 함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열이 명동 거리에 들어섰을 때는 수십 여 명이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노점 상인도 있었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팔연사를 알게 돼 집회에 참가한 김지효 씨는 집회 시작부터 행진이 끝날 때까지 팔레스타인 깃발을 치켜들고 참여했다. “21세기에 이토록 잔인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분들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함께하면 좋겠어요." 김지효 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주최 측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마무리하며 집회 소식을 널리 알리고 다음 주 일요일에도 집회에 함께 참가하자고 호소했다.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