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 <블러드 다이아몬드>:
아프리카의 고통스러운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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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평화로운 아프리카의 어촌 마을이 잔혹하게 파괴되고 어부인 솔로몬 반디 (자이몬 훈수 역)가 반군의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끌려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아내와 딸과 아기는 난민 수용소에 들어가고, 아들은 "투표를 못 하게 하려고 사람들의 팔을 자르는" 반군의 소년병으로 동원된다. 솔로몬이 우연히 발견한 1백 캐럿의 다이아몬드는 돈 외에는 믿을 것이 없는 전란의 아프리카에서 이 가족이 다시 합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이 영화는 한 쪽에는 다이아몬드를 팔아 학살을 자행하는 잔혹한 반군이, 다른 쪽에는 세관을 통해 이 다이아몬드를 '합법적으로'판매하는 아프리카 정부들과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부각한다. 자원을 둘러싼 전쟁과 그것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다국적기업이 아프리카 민중에 강요하는 고통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아, 금, 석유, 다이아몬드"를 연결시키며, 전쟁의 근원에 자원 약탈의 체제가 있다는 점을 폭로하려 애쓴다. 다이아몬드 밀수출 장면, 전쟁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죽어나가는 장면, 가족이 서로 함께 있지 못하게 가로막는 난민촌 장면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출신인 어부 솔로몬 역이 자이몬 훈수는 "궁극적으로는 아프리카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을 꿈꾸어 왔"고 "정치적·경제적 이유들로 분쟁중인 지역을 지날 때마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깊은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아프리카 민중의 고통과 슬픔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찰스 리빗은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사는 실제 아프리카인의 이야기, 아프리카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전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아프리카 난민들의 실제 사연들 속에서 솔로몬이라는 캐릭터를 뽑아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솔로몬의 이야기, 아프리카의 이야기다"하고 술회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반데캅'이라는 영국계 다국적 다이아몬드 기업은 명백히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 '드 비어스(De Beers)'를 은유한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낸 이 기업은 아프리카에 깊이 개입해 다이아몬드를 사들여, 한때 전 세계 다이아몬드 제품의 85퍼센트를 생산했다.
또, 영화 속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속했던 것으로 설정된 '32대대'는 냉전 때 아프리카에 소련이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미국이 앙골라와 남아공에서 병사들을 모아 창설하고 무기와 장비를 지원한 부대다. 냉전 뒤 이 부대는 여론의 공격을 받아 'EO'라는 용병 부대로 재편됐는데, 실제로 이 부대는 시에라리온 내전에 정부군 편으로 개입했다. 영화는 그 직전까지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