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결집에 나서는 인천시장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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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장 유정복이 인천상륙작전 75년을 기념하겠다며 인천 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행사들을 벌였다.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에는 군함과 헬기 등 군사 장비와 특수부대들이 동원됐다.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유정복은 전쟁 기념 행사를 치르면서 역겹게도 ‘국제평화도시 인천’를 표방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미 지배자들에게는 승리의 기억이지만, 한국전쟁 당시 인천 지역 주민들에게는 재앙이었다. 당시 미군의 무차별적 폭격으로 월미도 주민 최소 100여 명 이상이 사망했고, 인천상륙작전 성공 뒤에는 인천·서울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부역 혐의자라는 이유로 학살당했다.
그러나 유정복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에 공을 들여 왔다. 올해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에 15억원을 쏟아 부었다. 국방부 예산 2억원을 포함하면 이 행사에 총 17억원이 들었다. 인천시의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예산이 4,500만 원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유정복은 인천상륙작전 당일인 9월 15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했으나 좌절되자 인천시 기념일로 지정했다. 그리고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를 국제적 행사로 만들겠다며 참전국 8개국 정상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그 대상에는 트럼프도 있었다.
유정복이 여러 반발과 비판에도 행사를 강행한 것은 극우·우파에게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동상은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도 유정복은 맥아더 동상 앞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제2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극우·우파의 결집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를 계기로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 척결’을 외치는 극우 집회와 행사들이 인천 곳곳에서 열렸다.
친윤
유정복은 엘리트 행정 관료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겨 간 ‘철새 정치인’이다.
한나라당에서 유정복은 대표적인 친박계였다. 2005년 당시 한나라당[국힘의 전신] 대표였던 박근혜의 비서실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중용됐다. 그리고 2014년 친박 실세임을 내세운 ‘박근혜 마케팅’으로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유정복은 인천시장 재선에 실패했고, 연이어 총선에서도 낙선했다. 유정복의 정치 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2022년 ‘친박’ 꼬리표를 떼고 ‘친윤’으로 변신하며 인천시장에 다시 당선됐다.
2022년 유정복은 국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가 될 수 있었다. 당시 국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은 유정복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유정복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당시 즉각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계엄이 야당의 폭거에 대한 조치”라며 옹호했다. 유정복은 쿠데타의 밤에 인천시청을 폐쇄하고 비상간부회의를 여는 등 내란 동조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정복은 윤석열 탄핵 반대 입장을 냈다가 거센 비판을 받자 철회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힘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서는 “나는 탄핵 찬성, 반대를 표명한 바 없다”며 기회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유정복의 기회주의적 행보에도 그의 극우 본색은 가려지지 않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정복은 윤석열 정부 출신자와 뉴라이트 등 극우 인사들을 중요 보직에 앉히고 있다.
올해 초 유정복은, 극우 유튜버 채널에 출연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극우 정치평론가 지석규를 정무수석에 앉혔다. 당시 인천시립박물관장에는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이승만 국부론을 주장한 극우 성향 인사를 임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의 하나인 정호성을 전략수석에, 12·3 쿠데타 당시 한덕수 총리실 비서관이었던 이충현을 정무수석에 새로 내정해 비판을 받고 있다. 친민주주의 대중의 운동으로 쫓겨난 전 정권들의 인물들을 중요 보직에 기용하는 것이다.
유정복은 이런 자들과 함께 지방선거 3선에 도전하려 한다.
유정복이 인천시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는 군·검찰·법원·경찰·국정원 등 억압적 국가기관들뿐 아니라 인천시 같은 지방정부에도 극우들이 포진해 있음을 보여 준다. 유정복은 인천시장 자리를 무기로 극우 결집의 판을 깔고 있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유정복 등 극우들은 선거운동을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런 극우들에 맞설 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