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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가 새 정당의 출범을 선언하다

최근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새로운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건설하기 위해 현 집권 정당인 ‘제5공화국운동당’(이하 MVR)을 해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에 대한 베네수엘라 좌파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18일 대통령 선거 승리 축하 행사에 참석한 지지자들 앞에서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하려면 “하나의 정당이 필요하지만, 그 정당은 잡탕이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 잡탕 정당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나 늘어놓을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새 정당이 토론과 논쟁의 공간이 될 것이고 국회의원 후보를 기층에서 선출하는 민주적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MVR의 후보들은 당 지도부가 지명했고, 차베스 지지 정당들은 선거 동원 기구나 다름 없었다. 정치 강령에 대한 토론이나 논쟁은 거의 없었다.

차베스가 제안한 변화가 당장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구체제에서 만연했던 부패나 비리가 차베스 지지 정당들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정실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 차베스 지지 정당의 당원들은 대부분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차베스의 제안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이견은 꽤 있다. 미겔 라고스는 카라카스의 바리오(빈민가)인 페타레의 활동가이다.

그는 새 정당이 혁명적 과정에 꼭 필요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새 정당이 올바르게 건설된다면,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 기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미겔은 이렇게 말했다. “[새] 정당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경향들이 연대와 존중의 분위기에서 서로 단결하고 협력해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상을 발전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사회·정치 조직이 당과 함께 전진할 것이다.”

전국노동자연맹(UNT)[베네수엘라 판 민주노총]의 더 비판적인 분파인 ‘통합적·계급적·혁명적·자주적 경향’(C-CURA)의 지도자인 올란도 치리노도 새로운 혁명적 정당을 강력하게 지지하지만 차베스가 제안한 정당이 어떤 종류의 정당인지를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혁명적 정당이 자본주의 체제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려면 내부에 민주주의 체제를 갖춰야 하고 노동자들을 핵심 중추로 삼아야 한다.”

국유화

그러나 모든 활동가들이 통합 정당 구상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기층 정치운동가인 롤란드 데니스(Roland Denis)는 차베스의 제안에 매우 비판적이다.

그는 새 정당이 현재의 혁명적 과정에서 생명력을 마비시키고 질식시킬 수 있는 상명하달 식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차베스가 비록 좋은 의도로 제안했을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과 정반대 결과를 얻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롤란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쿠바의 사례가 차베스의 구상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쿠바에서는 정당이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 민중의 단결을 보증하고, 사회주의는 소수 특권층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건설된다.”

이것은 차베스가 극복해야 할 문제다. 카라카스 빈민가의 많은 기층 운동가들은 딱히 롤란드의 정당관에 동의하지 않지만 차베스의 구상에 매우 회의적이다.

차베스는 자신의 제안의 장점을 이들에게 확신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몇몇 긍정적 발전이 있다. 차베스는 주요 통신기업과 가스·전력 회사 국유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은 어떤 민주적 논쟁도 없이 발표됐다. 차베스는 “혁명을 심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했다. 그러나 그밖에는 이렇다 할 공약이 없었다.

새 정당 안에서 정책이 결정된다면 국유화, 국유화된 기업들의 관리 방식, 국유화된 기업 안에서 노동자의 지위 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미겔에 따르면, 이 때문에 새 정당 건설이 중요하다. 그는 당 건설 과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서 대중이 그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중요한 투쟁이 될 것이고, 사람들이 당 건설 과정 외부에서 불평이나 늘어놓고 있을 게 아니라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