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연속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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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자신의 정부가 좌경화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트로츠키는 혁명이 연속적이어야 한다고, 혁명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트로츠키의 말을 따릅시다.”
차베스는 이미 국영 석유회사의 수입 일부를 이용해 빈민가에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베네수엘라 상층 계급들한테서 분노를 사고 있었다.
이제 그는 전력회사와 베네수엘라 최대 통신회사를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 개각을 단행해 장관 두 명을 교체했다. 그들은 각각 차베스를 지지하는 선거 동맹에 포함된 두 사회민주주의 정당 소속 인사들이었다.
새 장관 가운데 한 명은 공산당 소속이고, 다른 한 명 ― 노동부 장관 호세 라몬 리베로 곤살레스 ― 은 차베스에게 “저는 트로츠키주의자입니다” 하고 경고한 인물이다.
곤살레스의 말에 차베스는 이렇게 대꾸했다. “나도 트로츠키주의자요. 나는 트로츠키의 연속혁명 노선을 따르고 있습니다.”
차베스는 네 정당으로 이뤄진 자신의 선거 연합을 해체하고 “통합 혁명 정당”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새 정당에는 단지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기존의 어떤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수많은 활동가들도 끌어들이자고 주장했다.
급진화
무엇이 이런 급진화를 불렀는가? 주류 언론은 항상 유력한 정치인들의 행동 때문에 정치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좌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급진화의 추진력은 아래로부터 나왔다. 매우 온건한 개혁에 착수한 정부를 전복하려는 [우익의] 기도에 맞선 도시빈민·노동자·농민 대중의 반발이 바로 그 추진력이었다.
차베스는 이런 아래로부터의 운동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에 호응하면서 좌경화했다.
좌경화 분위기의 최근 사례는 지난해 12월 초 대통령 선거에서 차베스가 62퍼센트의 득표율로 승리한 것이다. 이 선거 결과는 우익의 도전을 물리쳤음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차베스의 선거운동은 차베스를 지지하는 선거 정당들에 대한 활동가들의 불만도 잘 보여 주었다. 그 정당들은 운동과 괴리돼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그들의 “관료주의”·”정실주의”·”부패”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차베스는 이런 정서에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급진적 조처들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베네수엘라의 대기업들은 대부분 아무 제약도 받지 않고 있다. 그리고 차베스는 최근 연설에서 “민족 부르주아지”의 구실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차베스의 조처들은 부패와 관료주의 ― 선거 연합 정당들뿐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위계적 국가 기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 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고위 공무원들 중에는 차베스 집권 전의 부패한 정권 시절에 임명된 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리고 군대에는 차베스를 증오하는 상층 중간계급과 가치관이 같은 직업 장교들이 득실거린다.
그런 인자들이 지금 당장 차베스에게 대들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싫어하는 정부 정책들을 쉽게 방해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진지한 좌파 분석가들은 부패와 관료주의뿐 아니라 끝없는 지리멸렬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심지어 막대한 복지 비용조차 엉뚱한 데 낭비되고 있다.
부패에 대한 차베스 자신의 언급은 그가 이런 실책의 일부를 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새 정당 결성 호소는 사회뿐 아니라 국가도 개혁하려는 노력에 모종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를 건설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연속혁명은 위로부터 변화를 시행하려는 노력 이상을 의미한다.
칼 마르크스는 1848~49년에 일어난 혁명들을 분석하며 처음으로 연속혁명 사상을 창안했다. 레온 트로츠키는 1905년 러시아 혁명 뒤에 이 사상을 채택했다.
그들이 주장한 연속혁명은 민주적 정치 변혁 요구를 둘러싸고 시작된 운동이 노동자 대중을 동원해 행동에 나서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대중이 혁명적 과정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었다.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은 중간계급 지도자들이 외치는 민주주의 요구들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행동에서 추진력을 얻은 노동자 대중은 자신들의 운명을 컨트롤하기 시작하고 온전한 사회 혁명을 위해 투쟁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런 일은 위로부터 차베스가 선포 하는 것 ― 자신을 옹호하는 정치 세력들이 모두 단결해서 하나의 정당을 결성해야 한다는 ― 만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차베스 지지자들 사이에는 베네수엘라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사뭇 다른 생각들이 있다. 이 말은 겉보기로는 통합된 정당 안에 서로 다른 네 경향이 존재할 것이라는 뜻이다.
첫째는 국회의원들과 일부 선출직 관리들 사이에서 발견되는데, 정부가 대기업이나 우익들과 더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다.
둘째는 그 지지자들이 사회주의라고 부르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데 찬성하지만, 아주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그들은 혁명 과정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단일 정당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국가 통제
셋째는 쿠바와 비슷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베네수엘라에는 쿠바를 적대시하는 미국 때문에 쿠바를 모델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대중에게 더 풍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 운영 방식인 사회주의를 쿠바에서 찾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쿠바 지도자들이 받아들인 사회 운영 모델은 옛 소련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이었다. 이 말은 쿠바에서는 노동자·농민 대중이 정부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토론하고 투표할 권리나 심지어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할 권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늘날 쿠바는 사회주의 사회 운운하지만 부와 소득이 엄청나게 불평등한 사회다.
쿠바 모델 지지자들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이용해 국가가 산업을 통제하고 단일 정당이 국가를 통제하는 체제를 건설하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이 스스로 직접 결정하려 한다면 당장 운동을 저지하려 들 것이다.
그들의 태도가 실천에서 뜻하는 바는 지난해 봄에 드러났다. 베네수엘라의 새 노총인 UNT 대의원대회에서 다수파 대의원들은 노조 간부들을 제대로 선출하고 노조를 노동계급 민주주의의 기구로 만들자는 데 찬성했다.
그러자 소수파 대의원들은 선출을 저지하기 위해 대회장에서 퇴장해 버렸다. 그들은 사실상 노동자들이 자신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것은 혁명 과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것은 마르크스와 트로츠키가 주장한 연속혁명과 정반대이다. 그것은 노동자 대중이 민주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혁명 과정을 주도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태도이다.
혁명적
마지막으로, 진정한 혁명적 경향이 있다. 이 경향의 활동가들은 노동자·도시빈민·원주민·농민 대중이 그들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연속혁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직 가운데 하나가 ‘계급투쟁 경향’(La Tendencia de Lucha de Clases)이다. 그들은 UNT의 다수파이고, 새 노동부 장관의 트로츠키주의와는 사뭇 다른 트로츠키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또 다른 조직은 ‘우리의 투쟁으로’(Por Nuestras Luchas)라는 조직이다. 이들은 도시 게릴라 전통과 자율주의의 영향을 받았고, 빈민·농민·원주민 조직화를 추구한다.
20세기의 위대한 혁명 운동들에서 연속혁명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민주적 기구인 노동자 평의회를 아래로부터 건설하고 다른 피착취·피억압 대중을 지도한다는 뜻이었다.
작업장에서 착취에 저항하는 공동 투쟁으로 단결한 노동자들은 농민이나 도시빈민보다 투쟁 속에서 유기적 단결을 발전시키기가 더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네수엘라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환멸은 광범해, “민중 권력”을 대안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앞의 세 경향들은 단지 정부와 대중 사이에서 중재하도록 선출된 평의회들이 민중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혁명이 진정한 연속혁명이 되려면 노동자들이 이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은 정부를 통제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민주적 기구들을 건설해야 하고, 여전히 베네수엘라에 만연한 빈곤과 엄청난 불평등을 끝장내기 위해 기존의 부패한 국가 구조를 대체하고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토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래로부터의 운동 때문에 베네수엘라 사회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 주는 징표이다.
그러나 이 운동이 갈 길은 아직 멀다. 혁명이 정말로 기존 사회를 뒤집는 데까지 나아가려면, 그래서 피착취 대중이 지배계급이 될 때까지 나아가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