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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을 저지할 대중 행동을 건설하자

전국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담합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90여 개 대학이 참가한 ‘전국 대학 기획처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각 대학 기획처장들이 등록금 인상률을 7~8퍼센트 선으로 담합한 것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사전에 담합한 것은 단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경향신문〉은 지난 1996년에도 대학들이 담합해 등록금을 13~15퍼센트 올렸다고 밝혔다.

물가인상률의 서너 배 이상으로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은 뻥튀기 예산으로 막대한 돈을 남겼다. 2005년 한 해에만 1조 2천여 억 원을 남겼는데, 이는 대학 등록금의 10퍼센트에 이른다.

2006년 현재 대학들이 쌓아 놓은 이월적립금은 5조 3천억 원이 넘고 매년 1조 원 이상 늘어난다. 등록금이 전국에서 제일 비싼 이화여대는 2006년 무려 6천1백8억 원의 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월적립금 이자만 대학에 지원해도 등록금을 동결할 수 있을 정도다.

최근 주요 대학들은 이런 적립금을 장학·연구 용도로 학교에 쓰는 것이 아니라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화여대·연세대는 삼성과 “YES 아카데미 펀드”라는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고려대도 작년부터 “자체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법인화를 추진하는 서울대도 주식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적립금을 불린 후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쓰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대학들이 ‘벤치마크’하고 있는 미국 주요 대학들은 엄청난 돈을 쌓아 놓고도 대학 지원에는 매우 인색하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학교는 2004년까지 2백26억 달러(약 20조 원)를 적립했는데, 기금 지출을 1퍼센트만 늘려도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지원금 늘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경상대는 등록금 인상분으로 건물을 신축했고, 고려대도 전남 완도에 추가로 수련원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늘어나는 대학 건물들이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일지는 불확실하다.

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자금 대출로 빚을 져 취업을 못 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는데, 대학들은 등록금을 제 쌈짓돈처럼 쓰면서 돈 불리기만 열중하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와 전북대에서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투쟁이 시작됐다.

물론 “대학 개별 등록금 투쟁은 한계”가 있다는 민주노동당 학위 등 일부 학생 좌파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대정부 교섭’이나 ‘의회를 상대로 한 입법 투쟁’만 강조하느라 학내에서 대중 투쟁을 건설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등록금 투쟁이 대학을 뛰어넘는 투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도 학내에서 시작되는 대중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한 투쟁으로 손봉호 전 총장을 퇴진시키고 학생 징계도 철회시키며 승리한 동덕여대에서 올해 등록금이 동결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학생들의 점거투쟁과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CPE) 저지 투쟁처럼 대중 투쟁을 건설할 때 정부의 양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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