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 만지작거리는 일부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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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전면 금지 조치를 도입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막고, 해로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X(옛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모든 플랫폼은 미성년자 계정을 삭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2,500만 파운드(약 440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한국에서도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김종철 위원장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청소년 소셜 미디어 금지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현시점에서 도입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정 대리인 동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을 언급하며 규제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학부모나 교사의 경우 소셜미디어가 자녀나 학생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해 종종 우려한다. 특히 온건한 학부모·교사들은 최근 극우적 주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밈’처럼 스며드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다.
소셜미디어와 그 규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적절히 접근해야 할까?
지난 20년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위험한 온라인 세계를 구축했다. 청소년층은 빅테크 기업을 위한 수익성 높은 시장이 되었으나, 흔히 청소년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빅테크 기업들은 접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허위 정보인 콘텐츠도 알고리즘으로 추천해 왔다.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를 보면, 10대 청소년 두 명 중 1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고위험군이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를 찬성하는 측은 이 조치가 아이들을 야외 활동으로 이끌고 숙면을 도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금지 조치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아이들을 더 해로운 규제의 사각지대로 내몰 것이라고 우려한다.
소셜미디어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논의는 단순하지 않다. 소셜미디어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만큼이나, 성소수자(LGBT+), 신경다양인, 소외 지역 청소년들에게는 소중한 ‘생명선’ 노릇을 한다는 증거도 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X, 스레드, 인스타그램 또는 채팅 앱 등을 활용해서 ‘이쪽’(성소수자를 칭하는 은어) 친구를 찾는다.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 자체는 청소년을 고립시키는 진정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한국의 청소년은 친구들과 충분히 대면 교류할 시간이 턱없이 적다. 학교에서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은 10~15분가량으로 너무 짧고, 하교 후에는 온갖 사교육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전교조 초등위원회가 초등학교 4~6학년 2,45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수업 후 친구와 직접 만나서 놀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학습지/온라인 학습’(81.9퍼센트) 때문이다. “그나마 정문으로 가는 동안은 친구랑 대화한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게다가 돈이 없으면 갈 곳도 마땅치 않다. 카페, 식당, 노래방, 피시방 등은 청소년에게는 금전적으로 훨씬 큰 부담이다. 위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공간(수련원, 문화센터 등)에서 논다는 응답자는 3.9퍼센트에 불과했다.
지금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도입했거나 검토하는 호주, 유럽의 ‘복지 국가’들은 긴축 정책을 추진하며 정작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쉼터는 없애 왔다.
이런 상황에서 쉴 곳, 갈 곳을 잃은 청소년들이 온라인 속 커뮤니티로 이주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만약 한국에서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가 도입된다면 수많은 청소년은 말 그대로 갈 곳이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과몰입과 정신적, 신체적 건강 위기는 문제의 증상일 뿐 원인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급격히 빠져든 것은 경쟁 교육, 부족한 복지, 생활 수준 저하,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유대의 파괴라는 더 근원적 문제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금지를 해결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기 때문에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경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군비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할 재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또한 이용 금지 조치로는 애초에 소셜미디어가 유해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는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다. 소셜미디어의 작동 방식이 유해한 것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범죄를 처벌하고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훨씬 폭넓은 범위의) 유해한 콘텐츠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소외, 착취, 차별의 결과임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소셜미디어를 금지시킨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이 사회에서 이미 벌어지는 온갖 유해한 사건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한 이해할 만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금지 조치를 지지할 수는 없고, 입법 시도가 있다면 반대해야 한다.
진정한 변화는 청소년들을 온라인으로 내모는 진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실태조사에 대한 설명들은 아래 기사를 거의 원용했음을 밝힌다. ‘놀 시간도 없지만 돈 없으면 갈 곳도 없어요’, 오지연, 〈교육희망〉(2024.5.3) https://news.eduhope.net/26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