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과 급진좌파의 후보 전술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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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이래로 프랑스는 유럽에서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이 가장 격렬한 나라였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청년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최초고용계약법(CPE)을 대중 투쟁으로 좌초시켰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저항은 이번 대선에서 적절한 정치적 대변자를 찾지 못할 듯하다. 집권당의 우익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와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 둘 다 자유시장 ‘개혁’을 옹호하고 시민적 자유를 공격한 토니 블레어를 본받으려 한다.
얼마 전까지는 루아얄이 여론조사에서 앞섰다. 황당하게도 자신을 “반체제” 후보로 내세운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진짜 소름끼치는 우익인 사르코지가 앞서기 시작했다. 사르코지는 노동계급 거주지의 아랍계 주민들과 흑인들을 인간 “쓰레기”로 비난한 자다.
설상가상으로, 급진좌파 진영에서는 적어도 4명이 대선후보로 나설 듯하다. 좌파들이 연합해서 2005년 5월 29일 신자유주의적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경험을 생각하면, 이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유럽헌법 부결 운동의 정신을 이어가려 하는 정치 세력들 안에는 반(反)신자유주의 정서를 대변할 ‘단일’ 후보를 염원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쯤 이런 염원이 실현되지 못할 것임이 분명해졌다. 사회당보다 좌파인 두 정치 조직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공산당은 유럽헌법 반대 운동 세력들을 으르거나 달래서 공산당 사무총장 마리-조르주 뷔페를 단일 후보로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공산당보다 훨씬 더 원칙적인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은 유럽헌법 반대 운동 진영에서 벌어진 논쟁을 외면했다. 사회당과 공산당이 단일 후보 논의를 이용해 중도좌파 연립정부 ―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 수립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할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농민 운동 지도자 조제 보베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유럽헌법 반대 운동 세력 일부가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베는 진정한 단일 후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뷔페나 LCR 후보 올리비에 브장스노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트로츠키주의 조직인 ‘노동자투쟁’(LO)의 아를레뜨 라기예르도 극좌파 후보로 나설 것이다. 라기예르는 1974년 이래 대선 때마다 출마했다. 결국에는 보베나 브장스노가 대선 출마에 필요한 시장(市長) 5백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브장스노가 후보 사퇴하고 LCR이 보베 선거운동에 뛰어든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좋겠지만, LCR 다수파는 보베를 믿지 못할 독불장군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헌법 반대 운동 세력들을 의심하지 말고 단일 후보를 지지하자고 다수파 동지들을 설득해 온 LCR 소수파는 어떻게 됐는가? LCR 소수파 지도자의 상당수는 LCR의 규율을 어기고 보베 선거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좋든 싫든, 이번 대선에서 급진좌 파의 단일 후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LCR 다수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만, 그것이 LCR을 분열시킬 이유는 못된다.
프랑스 정치 제도의 특징은 끊임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인데, 그 때문에 혁명적 좌파조차 선거 전술 문제에 몰두하곤 한다. 이것이 중요한 전략적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원칙을 바탕으로 새로운 좌파를 건설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LCR의 중요성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LCR은 프랑스에서 최상의 혁명적 전통을 대변하며 1968년 이래로 중요한 투쟁이 벌어질 때마다 적극 관여했다.
LCR이 분열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프랑스 좌파 혁신의 주요 세력 하나가 약화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LCR 안에서 단일 후보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투쟁했지만 실패한 사람들은 LCR에 남아야 한다. 그들은 이번 대선이 훨씬 더 긴 전쟁에서 하나의 전투일 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브장스노 선거운동에 참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