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혁명론: 2단계 혁명의 함정을 넘어 21세기 사회변혁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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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혁명론은 레온 트로츠키가 러시아의 1905년 혁명의 경험을 이론화하며 주창한 혁명론이다. 그는 러시아가 이미 세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체제에 깊이 편입된 만큼, 혁명이 부르주아지 주도가 아니라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 잠재력을 중심으로 전개됐다고 봤다.
오늘날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연속혁명론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목표가 시간 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달성된다는 (주로 공산당들의) ‘2단계 혁명론’을 부정한다. 다시 말해, 두 과제는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서 함께 해결돼야 한다.
특히 이란의 청년 봉기, 베네수엘라의 반제국주의 좌파 운동, 그리고 군사 독재와 대중 항쟁이 교차하는 아시아 나라들(미얀마, 태국, 방글라데시, 네팔, 스리랑카) 등 21세기 초반 격동을 분석하는 데서 연속혁명론은 여러 저자에 의해 반복적으로 거론돼 왔다. 즉, 이 이론은 단순히 ‘혁명이 가능하다/불가능하다’를 말하는 일반론이 아니다. 어떤 계급이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쥐고 국가를 새로 수립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 국제적 연쇄로 확장되느냐를 묻는 전략적 구도를 설정하고 있다. 연속혁명론은 이렇게 혁명의 흐름이 노동계급 권력의 문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연속혁명론은 ‘민주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혁명’을 서로 다른 시기의 서로 다른 계급이 수행한다는 2단계 혁명론을 거부한다. ‘먼저 민주주의 단계, 그다음 사회주의 단계’라며 단계를 구분해야 하느냐, 아니면 결합해야 하느냐 하는 논쟁은 단순한 현학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전략의 문제다. 노동자 권력을 뒤로 미루면 민주주의는 결국 엘리트 정치인들의 협상 도구로 전락한다. 반면 민주주의를 무시하거나 그 과제가 실재함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 과제가 실제 존재하며 대중을 결집시키는 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속혁명론은 이 두 함정을 모두 피한다. 대중의 민주주의적 갈망을 에너지로 삼되, 그 갈망이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으로 이어지도록 길을 내는 것이 연속혁명이다. 연속혁명론의 출발점은 후발 부르주아지가 민족 해방, 농업 지주 제도 폐지, 민주적 권리 확대 같은 민주주의적 과제를 시종일관 수행할 능력도 의지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도덕성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 때문이다. 후발 부르주아지는 제국주의 및 구래의 지배계급과 긴밀히 얽히거나 그 압력에 취약할 뿐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 운동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그런 조건하에서 혁명이 성공하려면 노동계급이 앞장서서 농민 등 구조적 차별을 받는 대중을 결집시키고, 이를 통해 정치 권력 쟁취로 나아가야 한다. 이때 ‘연속’이라는 말은 혁명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뜻도, 필요한 전술적 국면을 혁명가들이 임의로 건너뛴다는 뜻도 아니다. ‘연속’의 의미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역사적 과업이 중도에서 적당히 봉합되지 않는 것. 2. 민주주의 요구가 결국 소유와 국가 권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투쟁으로 번지는 것. 3. 혁명이 국제적으로 퍼져 나가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좀 더 부연하면 이렇다. 노동계급이 일단 권력을 쥐게 되면 혁명은 단순히 민주주의 실현 수준에 머물지 않고 필연적으로 사회 체제 자체를 바꾸는 사회주의적 변혁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연속혁명론이 ‘민주주의적 과제가 중요하지 않다’라거나 ‘민족 해방은 부차적이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실현을 향한 대중의 노력은 혁명을 일으키는 진짜 에너지이며, 그 혁명이 정의로움을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민주적 과제가 누구의 손에 의해, 어떤 권력 형태를 통해 완수되는지가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연속혁명은 과제의 나열이 아니라 권력의 주인을 가르는 승부다.
불균등 결합 발전과 국제주의
연속혁명론은 자본주의가 나라마다 제각기 다르게 발전하면서도(불균등성), 하나의 세계적 체제를 이룬다는 점(결합성)에서 출발한다. 후발국은 선진국의 발전 단계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강대국의 압력, 경제적 종속, 뒤처진 기술이 얽히며 서로 다른 시대적 단계들이 한 사회 안에 기묘하게 섞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재는 사회적 모순을 심화시키고, 때로는 결정적 순간에 역사의 단계를 뛰어넘는 폭발적 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트로츠키는 이를 ‘불균등 결합 발전’ 또는 ‘결합된 불균등 발전’이라고 불렀다. 이 이론이 연속혁명론과 만나는 지점은 명확하다. 후발 사회에서 부르주아지는 더는 구래의 지배계급이나 제국주의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런 조건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의 요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실질적 권력 장악 투쟁으로 변모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주의를 이루려면 기성 지배 세력의 방해를 뚫고 나아갈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조직력과 국제적 연대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따라서 연속혁명론은 국제주의가 단순한 도덕적 가치가 아니라 혁명의 조건임을 강조한다. 한 나라에 고립된 노동자 권력은 (1920년대 혁명 러시아의 경험처럼) 경제 봉쇄와 군사적 위협 속에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연속혁명론은 이러한 고립의 가능성과 위험을 인정하며, 혁명의 생존과 완성을 국제적 확산 속에서 설계하는 전략의 이론이다.
제국주의, ‘민주화’, 운동 포섭의 문제
2000년 유고슬라비아, 2003년 조지아, 2004년 우크라이나, 2005년 키르기스스탄,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민주화’ 운동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운동들은 미국이 현지 야당과 시민단체에 자금을 제공하고 기술·전략 교육을 시행하는 등 ‘소프트파워’로 개입해 촉진된 것이었다. 미국이 특정 ‘민주화’ 저항에 개입하는 양상을 보면, 대중의 정당한 분노와 투쟁이 외부 제국주의 국가의 전략과 결합되면서 포섭될 위험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을 과장하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많은 반미 자주파 활동가들은 현재 이란의 청년 항쟁, 얼마 전 네팔 등지의 빈곤 청년 반란들, 그리고 2019년 홍콩 항쟁을 모두 미국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치부한다. 이런 때 사회주의자들은 운동의 독립성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이 쟁점은 연속혁명론에 따른 전략과 직접 연결된다. 민주주의적 요구는 실제 대중의 고통과 차별·억압에서 나오며 연속혁명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곧바로 해방을 뜻하지 않는 경우, 운동이 제국주의 국가들, 자유주의 야당 엘리트, 국제 기구 등이 설정한 정치적 방향에 종속될 수 있다. 따라서 연속혁명(이론에 따른) 전략은 민주주의 요구를 옹호하되, 그 요구가 노동계급의 독립적 조직과 연결돼 아래로부터의 권력 기구(소비에트 같은 형태) 형성으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 외세의 개입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권력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는 관점을 실천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중동과 국경을 넘는 연속성: 봉기의 확산과 반혁명의 역동
2011~2013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혁명을 연속혁명론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점이 드러난다. 첫째, 압제적 정권의 퇴진만으로는 혁명이 완결되지 않는다. 군부, 사법부, 경찰, 각종 국가 관료 기구, 대자본의 소유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혁명은 반혁명에 의해 되돌려질 수 있다. 둘째,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혁명은 ‘연속적’이 될 수 있다.
부분적 양보, 선거, 헌정 개혁이 이뤄져도 대중의 요구는 생존, 일자리, 식량, 차별·억압 철폐 등의 문제로 다시 분출하며, 그때마다 권력 문제가 재등장한다. 연속혁명(론에 따른) 전략은 혁명적 고양만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라, 반혁명의 다양한 형태와 운동의 분열 위험을 함께 분석하고 대비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예컨대 2013년 이집트에서 6월 28일부터 7월 3일 엘시시의 반혁명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무르시 정부 반대 시위 ‘타마로드’는 매우 모순된 성격을 띠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혁명의 경험으로 보면, 각 투쟁의 전진이 더 급진적 변화 요구를 낳는 역학과 함께 혁명이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역적 확산은 제국주의적 지배에 도전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 전망을 논의할 때도 중요한 문제다.
굴절된 연속혁명: 혁명이 있었으나 노동자 권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
1949년 중국 혁명과 1959년 쿠바 혁명은 강력한 혁명적 에너지가 존재했음에도 그 결말이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다. 중간계급 엘리트가 권력을 장악하고 국가자본주의적 관료가 되는 경로가 형성됐다. 제국주의적 지배와 후발 사회의 계급 구조가 결합된 상황에서 노동계급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 준다. 국가 관료를 지향하는 민족주의 지도부가 혁명적 에너지를 흡수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굴절은 혁명의 ‘배신’ 문제가 아니라 권력 형태의 문제다.
1979년 이란 혁명도 굴절된 혁명의 사례다. 노동계급이 왕정을 무너뜨리는 힘을 보여 주었으나, 스스로 권력을 장악할 정치적 대안을 갖추지 못해 성직자 세력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굴절된 연속혁명 개념을 통해 보면, 반제국주의 민족해방 운동이 왜 자동적으로 사회주의로 이어지지 않는지를 계급 정치 관점에서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혁명적 위기가 자동으로 노동자 권력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혁명적 조직과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권력이 그 간극을 메워야 한다.
연속혁명은 필연이 아니라 조건부 경향으로 이해해야 한다
연속혁명론을 ‘후발국에서는 반드시 노동자 혁명으로 이어진다’는 숙명론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속혁명론은 성공을 보장하는 자동 공식이 아니다. 계급투쟁과 국가적 위기가 결합할 때 노동계급이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굴절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연속혁명 전략은 ‘혁명적 정세가 오면 자연히 해결된다’는 식이 아니라, 굴절을 낳는 조건들을 인식하고 피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즉,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 부족, “다른 누군가가 노동계급을 대신해 해방을 이룩할 수 있다”는 대리주의, 국가 기구의 재편, 제국주의 시스템의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굴절’ 개념을 이해하면 오늘날 개발도상국의 반란을 단순히 ‘실패’로 규정하지 않으면서, 왜 노동자 권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속혁명 전략 1: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과 민주적 권력 기구 건설
연속혁명 전략의 첫째 요소는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이다. 이는 단지 ‘노동자 정당을 만든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계급이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정치적 주체로 조직하고, 다른 계급 세력의 목표에 종속되지 않도록 독립적 방향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핵심은 권력 기구의 문제다. 파업위원회, 일터 대표자 회의, 지역 민중의회(‘인민위원회’), 노동자 평의회(소비에트) 같은 기구들은 단순한 투쟁 조율 기구가 아니라 기존 국가에 맞서는 대항 권력의 잠재적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기구들이 성장할수록 혁명은 단순히 ‘정권 교체’나 ‘사회 대개혁’에 머물지 않고, 국가의 대체 문제를 실제로 제기하게 된다. 이 문제의식은 노동자 자력 해방과 평의회 권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전통의 기본 축을 이룬다.
연속혁명 전략 2: 차별·억압 받는 집단들과 동맹하기
연속혁명론은 노동계급을 고립된 ‘경제적 집단’으로 보지 않는다. 후발 사회에서 혁명은 토지 문제, 민족 해방, 민주적 권리, 차별·억압 철폐 같은 요구와 결합하며, 이 요구들은 다양한 차별받는 집단들의 현실적 필요로 나타난다. 따라서 연속혁명 전략은 이러한 요구들을 ‘나중에 해결할 문제’로 미루지 않고 전면에 세우되, 해결을 국가 엘리트에게 맡기지 않기 위해 계급적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동맹은 단순한 연대가 아니라 ‘헤게모니’ 개념으로 구축돼야 한다. 노동계급이 파업 등을 통해 사회와 생산을 멈추고, 대중 권력 기관을 통해 민주주의를 실질화할 때, 차별·억압 받는 집단의 요구는 강력한 물질적 기반을 얻게 된다. 반대로 노동계급 조직이 약하면 이들의 요구는 국가나 정당 엘리트의 협상에 흡수되기 쉽고, 혁명은 포섭되거나 좌초될 수 있다.
연속혁명 전략 3: 국가와 혁명. 그리고 ‘국가가 해방을 대행한다’는 생각을 반대함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중립적 기구로 보지 않는다. 국가는 폭력과 강제의 장치이며, 기존 소유 관계를 재생산하는 기제다. 따라서 민주주의 전면 확장 요구는 필연적으로 국가 기구와 충돌하게 된다. 이 점을 흐리면 혁명은 ‘좋은 정부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협소화된다.
베네수엘라의 경험은 혁명의 성패가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정부의 좌회전 선언에 달려 있지 않음을 보여 준다. 승패는 아래로부터의 힘과 자체 조직에 달려 있다. 국가는 급진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지만, 대중을 대신해 해방을 가져다줄 수는 없다. 이러한 환상은 굴절과 후퇴를 낳고, 마두로 정부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연속혁명 전략 4: 국제주의를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조건’으로 삼기
연속혁명론에서 국제주의는 선택 가능한 미덕이 아니라 혁명의 생존 조건이다. 혁명은 고립되기 쉽고, 고립은 타협과 관료화의 압력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 연대를 ‘사전에 구축해야 하는 실천’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첫째, 제국주의, 전쟁, 생계의 위기 등에 맞선 동시적 투쟁을 확대한다.
둘째, 반전·반제국주의 운동을 건설하되, 이를 지배계급이나 중간계급의 애국주의에 넘겨주지 않는다.
셋째, 이주노동자와 난민을 포함한 국제 노동계급의 단결을 조직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서구에서 혁명이 가능한지라는 질문과도 연결된다. 서구의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는 대중의 불만을 흡수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중적 폭발과 전면적 계급투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제주의 관점을 가지면 서구 내부의 변화를 ‘그 나라 고유의 특수한 일’이 아니라 보편적 흐름 속에서 이해하게 된다.
결론 1: “누가 주인공이 돼 어떤 정치 권력을 세울 것인가” — 연속혁명 전략의 핵심 질문
이 질문은 베네수엘라 상황에서 아주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고 차베스가 ‘연속혁명’을 얘기했음에도, 혁명의 미래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에 달려 있었다. 위로부터의 급진화가 노동자 대중의 자체 조직과 결합하지 못할 때 생기는 긴장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대중이 어떤 권력을 형성하고 있는가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 노동계급이 자주적 조직을 통해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는가.
- 그러한 조직들이 기존 국가 기구와 경쟁하는 권력 형태로 발전하는가.
- 차별받는 집단들의 요구가 노동계급 정치와 결합되는가.
- 국제 연대가 어떠한 조건을 제공하는가.
결론 2: 연속혁명은 과거의 도식이 아니라 오늘의 권력 문제를 묻는 전략이다
연속혁명론의 핵심은 민주주의적 요구가 어떻게 계급 권력의 문제로 전화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있다. 동시에, 혁명을 지도자 중심의 ‘정권 교체’로 축소하지 않는다. 결국 어떤 계급이 어떤 권력 형태를 통해 국가를 대체하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연속혁명 전략은
-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 견지,
- 차별·억압 받는 집단들과의 연계,
- 대항 권력 기관(소비에트)의 성장,
- 국가에 대한 환상 타파,
- 국제주의의 조직화
로 요약된다. 이러한 과제들은 구체적 국면마다 새롭게 이해되고 갱신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속혁명론은 완결된 교리가 아니라 혁명적 정세에 개입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부록1]
혁명의 경로: 연속론과 단계론, 무엇이 다른가?
1. 혁명의 주도 계급 (누가 이끄는가?)
- 2단계 혁명론:부르주아지(자본가 계급)가 민주주의 단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상정. 노동계급은 이들을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기 쉬움.
- 연속혁명론:후발국 부르주아지는 무능하고 보수적이므로 노동계급이 주도해야 함. 노동자가 농민 등 천대받는 대중을 결집해 권력을 장악.
2. 혁명의 단계 (어떻게 진행되는가?)
- 2단계 혁명론 (분리): [1단계]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 완수 → [일정한 시간 간격] → [2단계] 사회주의 혁명. 단계를 인위적으로 구분해 사회주의를 미래의 과제로 미룸.
- 연속혁명론 (연속):민주주의 과업 해결이 곧바로 사회주의적 변혁으로 이행됨. 시간적 단절 없이 하나의 흐름(연속) 속에서 과업을 결합.
3. 국가와 권력의 성격 (누가 주인인가?)
- 2단계 혁명론: 기존 국가 내에서 ‘정권 교체’나 헌정 개혁에 집중. 엘리트 정치인과의 협상을 통한 점진적 변화 추구.
- 연속혁명론: 기존 국가를 대체하는 아래로부터의 권력(소비에트 등) 창출. 생산 수단과 국가 권력의 근본적 주인 교체를 목표로 함.
4. 국제적 관점 (어디까지 확장되는가?)
- 2단계 혁명론: ‘일국사회주의’론 경향. 한 나라 안에서의 단계 완수를 우선시함.
- 연속혁명론: 국제주의가 생존 조건. 한 나라의 혁명은 세계 혁명의 연쇄 고리가 돼야 함.
[부록2]
FAQ: 연속혁명론의 오해와 진실
Q1. 연속혁명론은 ‘민주주의 단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사회주의로 가자는 주장인가요?
A: 전혀 아닙니다. 연속혁명론은 민주주의적 과제(표현의 자유, 토지 개혁, 민족 자결 등)가 대중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이 과제를 부르주아지(자본가)에게 맡기면 결국 배신당하거나 중단될 것이므로, 노동계급이 주도권을 쥐고 이 과업을 완수하면서 동시에 사회주의적 조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Q2. ‘연속’이라는 말은 쉼 없이 24시간 내내 싸워야 한다는 뜻인가요?
A: 여기서 ‘연속’은 물리적 시간의 멈춤 없음을 뜻하기보다, 혁명의 논리적 연결성을 뜻합니다. 민주주의 투쟁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는 투쟁으로, 그리고 일국의 혁명이 국제적 확산으로 중단 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구조적 연결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Q3. 혁명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노동자 권력이 수립되는 ‘필연’인가요?
A: 본문에서도 강조했듯, 이는 자동 공식이 아닙니다.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과 조직된 힘이 부족하면 혁명은 ‘굴절’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쿠바의 사례처럼 엘리트 관료가 주도권을 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혁명적 조직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Q4. 서구 선진국에서도 연속혁명론이 유효한가요?
A: 연속혁명론은 원래 러시아 같은 후발국 분석에서 시작됐지만, 그 핵심 원리인 ‘불균등 결합 발전’과 ‘국제주의’는 오늘날 전 세계에 적용됩니다.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경제 위기와 제국주의 전쟁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 나라의 혁명이 국경을 넘어 연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국제주의적 통찰은 서구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부록3]
1. 주요 인물 및 세력
- 레온 트로츠키 (Leon Trotsky): 러시아의 혁명가이자 이론가. 1905년 혁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속혁명론’을 정립했으며, 레닌과 함께 1917년 10월 혁명을 이끌었다.
- 모하메드 무르시 (Mohamed Morsi):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첫 민선 대통령. 2012년 당선됐으나 대중의 기대를 저버린 정책으로 반발을 샀다.
- 압델 파타 엘시시 (Abdel Fattah el-Sisi): 현 이집트 대통령. 2013년 무르시 정부를 규탄하는 대중 시위를 틈타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 후발 부르주아지: 연속혁명론에서는 후발국의 자본가 계급이 제국주의나 구 지배 세력과 결탁해 혁명적 과제를 완수할 의지가 없음을 강조한다.
2. 역사적 사건 및 기구
- 소비에트 (Soviet): 러시아어로 ‘평의회’를 뜻한다. 노동자, 병사 등이 혁명 과정에서 아래로부터 민주적으로 만든 대중 권력 기구다.
- 타마로드 (Tamarod): 아랍어로 ‘반란’을 뜻하며, 2013년 이집트 무르시 정부에 반대해 일어난 대중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에너지가 엘시시의 군부 쿠데타에 이용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 불균등 결합 발전: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균일하게 발전하지 않고(불균등), 선진적인 기술과 후진적인 사회 관계가 한 나라 안에 뒤섞여 나타나는(결합) 현상을 말한다.
3. 이론적 개념
- 2단계 혁명론: 혁명을 ‘부르주아 민주주의’ 단계와 ‘사회주의’ 단계로 엄격히 나누고, 첫 번째 단계가 충분히 성숙할 때까지 사회주의 혁명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이론. 주로 스탈린주의 공산당들이 견지했다.
- 국가자본주의: 명목상으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노동계급이 권력을 쥐지 못하고 국가 관료가 자본가 역할을 대행하며 노동계급을 착취하는 사회 체제를 일컫는다. (본문에서는 중국, 쿠바 등의 사례로 언급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