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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
사회민주주의의 실체를 보여 준 노르웨이 사회주의좌파당

최근의 며칠은 노르웨이 좌파 정치 역사상 꽤나 수치스러운 나날이었다. 지지난해 비교적 급진적인 사민주의 정당인 사회주의좌파당(SV)과 사민주의의 정통 정당인 노동당(AP)이 진보 연립 내각을 조각했을 때, 노동당보다 왼쪽에 서 있다고 늘 자부해 온 사회주의좌파당의 입각 조건은 다름이 아닌 “노르웨이 특수 부대들의 남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이었다.

노르웨이 군대가 카불에서 “평화유지군” 명분으로 주둔하는 것은 유엔 결의안에 따른 것이니 참아야 하지만, 유엔과 무관하게 미국과 나토가 남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는 대탈레반 전쟁에는 노르웨이가 절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 때 사회주의좌파당의 논리였다.

그 때 사회주의좌파당의 입각이 계기가 돼 남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사지에서 노르웨이 군대를 뺄 수 있었으니 쾌재를 불렀던 좌파들이 많았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나토에 매우 친화적인 노동당과 연합을 해서 조각을 했다는 것도, 카불에서의 노르웨이 주둔군을 가만히 놔둔 것도 사회주의좌파당으로서는 상당한 타협이었는데, 결국 지금 이 타협의 재앙적인 결과를 목도할 수 있게 됐다.

며칠 전 나토가 다시 한 번 노르웨이 특무부대 1백50명의 추가 파견을 요청했다. 명분은 “카불 주둔군 강화”였지만, 그 임무가 카불에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독립 투쟁을 진압하는 것이라는 점도, 노르웨이 군인들이 카불로 들어오는 만큼 미군들이 카불에서 남부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가 적극적으로 독립군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것도 뻔한 일이다.

노동당이야 “노르웨이 안정의 최종적인 보장자 미국”의 요청이고 특무부대란 자원 입대해 고액의 월급을 받는 전문가이고 하니 나토, 즉 미국의 요청에 그냥 넘어가는 데에서는 별로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러면 1970년대에 노동당의 친미 정책과 노르웨이의 나토 가입을 비판하며 노동당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회주의좌파당은[어떤가]? 원칙상 당연히 반대를 해야 하기에 당원, 특히 젊은 당원들의 다수가 며칠간 격렬한 반전 시위를 하고 군대를 보내지 말라고 외쳤다.

그런데 지금 재정부 장관을 하고 있는 크리스틴 할보르센(Kristin Halvorsen) 당수를 비롯한 사회주의좌파당계 각료와 당의 “지도층”은 일단 원칙보다 정부 내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은 소수였기에 각료회의에서 반대를 해도 어차피 파견 결의안이 통과됐겠지만, 반대마저도 제대로 안 했다. 그리고 지금 기고만장하는 할보르센 당수가 “우리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이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뻔한 거짓말을 해대면서, 아예 당내에서 이번 아프가니스탄 관련 결의를 비판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사회주의좌파당의 전국 운영위원회(당 최고위원회인 셈) 중 내각 탈퇴와 당수 사퇴를 요구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평화주의자”들에게는, 노르웨이 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 독립투사들을 마구 죽여야 할 것이라는 무서운 사실보다는 정부 안에서 재정부·교육부·환경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그들이 처음에 특히 젊은이들을 당으로 유치할 때 “평화주의”를 호소력 높은 명분으로 잘 이용했지만, “큰 형 노동당”과 함께 자본주의 국가를 같이 운영할 만한 입장이 된 오늘날에는 이상주의든 평화주의든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젊은 당원들이야 격렬히 시위하고 있지만 뭔 소용이 있어야지.

민주노동당 안에서 “사민주의”를 지향하시는 분들은 지금 노르웨이 정부 “제2인자”의 권력에 안주해버린 “사회주의자” 할보르센의 얼굴을 한 번 보기 바란다.

이러한 부분들이 자본주의 국가를 “안으로부터 개량하겠다”는 사회주의자에게 필수적으로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나는 그렇다고 사회주의좌파당의 모든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다. 예컨대 유치원 비용 관련 등을 “제대로” 개량한 부분도 많다. 솔직히 나만 해도 지자체 선거에서 사회주의좌파당을 찍고 지금도 “비판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주의좌파당에게 모자라는 부분이 무엇인지 역시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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