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치활동 제약하는 고려대학교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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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당국은 ‘외부 행사’라는 이유로 강연회를 불허했지만, 이것은 진정한 이유가 아니다. 2005년에도 ‘다함께’는 같은 제목의 강연회를 고려대에서 주최한 바 있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해마다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고려대에서 개최한 바 있다. 또, 경영대 학우강당에서는 이달 내내 외부 행사인 기업설명회가 여러 차례 열릴 예정이다.
이중잣대
그뿐 아니라 지난해 고려대학교는 싱가포르 독재자 리콴유, 전 서울시장 이명박 등 외부의 우익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는 대표적 뉴라이트 지식인인 서울대 이영훈 교수를 불러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강연회를 했는데, 고려대 당국은 이 외부 행사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강연회 불허는 명백한 이중잣대이며 진보적 정치 토론에 대한 검열 시도다.
이번 강연회 불허는 최근 몇 년 동안 고려대학교가 ‘신자유주의 대학 만들기’에 앞장서며 학생들의 진보적 정치 활동을 단속해 온 여러 시도들의 연장선 위에 있다.
고려대학교는 2년 전 이건희 학위수여 항의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을 지난해에 출교시키며 가혹하게 학생운동을 탄압했다. 그뿐 아니라 강의실 대여 기준을 강화해 학생들의 자치 활동을 제약하려 했고, 심지어 학내 단체인 고려대학교 시설관리노동조합의 강의실 대여조차 불허했다.
2005년에는 ‘전국 대학생 5월 한마당’ 행사에 고려대학교 설립자인 김성수의 친일 행적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아 행사를 원천봉쇄했고, 지난해에는 해마다 고려대학교에서 열리던 ‘다함께’의 ‘전쟁과 혁명의 시대’ 토론회도 불허했다.
대학은 마땅히 학문과 사상을 토론할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함에도 고려대학교는 오히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아 온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최근 이필상 총장이 논문 표절 의혹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총장이 사퇴했다. 고려대 재단이사장 현승종은 일제 시대 일본군 장교를 지냈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는 우익이다. 이번 강연회 불허를 최종 통보한 경영대 학장 장하성 교수는 ‘기업 소유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펀드를 만들었지만, 이 펀드는 ‘론스타’ 같은 투기자본과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건대 학생 차별에 항의하는 학생을 구타하기도 했다.
‘대학생 다함께’는 고려대학교 당국의 강연회 불허 방침에 맞서 예정대로 강연회를 진행할 것이다. 만약 학교의 불허 때문에 이번 강연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대학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다함께’는 강연회 불허에 항의하는 고려대 학내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려대학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강연회가 성황리에 치러진다면 이것이야말로 학문·사상의 자유 탄압에 맞선 최선의 방어가 될 것이다. 진보적 사상에 대해 토론하기를 원하는 대학생 여러분이 더 많이 참가해 경영대 학우강당을 메워 주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