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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편집자가 대학 새내기들에게 권하는 책: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지음, 돌베개)

이 책을 쓴 프리모 레비는 191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1943년에 젊은 화학도였던 그는 나찌의 점령에 맞서 빨치산 투쟁을 하다가 이듬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내졌다. 수용소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947년에 이 책을 썼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레비가 쓴 최고의 책이다. 이 책은 비참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도 짐승으로 전락하기를 거부하는 인간들, 어떻게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남은커녕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상황에서 레비의 친구 스타인호프는 잘 씻고, 똑바로 걷고, 발을 질질 끌지 말고, 나찌가 강요하는 규율을 맹종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용기를 북돋는다. 레비와 친구 알베르토에게 수프를 더 얻어 주려고 날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로렌조의 우정은 감동적이다.

물론 극단적인 폭력과 공포, 절망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비참하고 비열한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덕분에 때로는 레비가 수용소에서 저항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믿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러나 레비가 쓴 책에는 모두 저항이 나타나 있다. 예컨대, 그가 1987년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책 《익사한 자와 구출된 자》(The Drowned and the Saved)에서도 동료들을 지키려고 기꺼이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스실에서 시체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던 그들은 소각로 다섯 개 중 하나를 폭파시켜 나찌의 재소자 말살 작업에 차질을 빚게 한다. 물론 그들은 모두 체포돼 교수형 당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함께 저항하지 못한 자신들을 부끄러워한다.

홀러코스트와 아우슈비츠는 20세기의 최대 비극 가운데 하나였다. 그 비극의 참상뿐 아니라 이에 맞선 저항의 가능성도 보여 준 《이것이 인간인가》는 오늘날 강대국의 패권 전쟁, 사람보다 기업 이윤이 먼저인 신자유주의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 만행과 참상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영감과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