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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유린ㆍ인종차별 부추기는 테러자금조달금지법

지난 2월 26일 “테러자금조달금지법 제정의 적실성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월 정부는 많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토론회 내내 반대와 찬성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공방이 오갔다.

찬성론자들은 시종일관 “테러 자금” 조달 억제가 “국제적 추세”이고, ‘테러자금조달억제를 위한 국제협약’ 이행과 ‘자금세탁방지금융대책기구’(FATF) 가입을 위해 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대 여론을 의식했는지 ‘테러방지법’과 이 법은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고, “대북 제재에 이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부의 오해”일 뿐이라며 선수를 쳤다.

그러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도대체 “테러 관련자”는 누구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법에 따르면 재경부 장관은 영장도 없이 자신의 재량권으로 ‘1년 범위 안에서’ ‘테러 관련자’를 지정하고 금융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재경부는 이미 법 제정이 추진되기 전인 2006년 말 5백77개 단체와 개인을 ‘테러관련자’로 정해 외국환 거래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들이 왜 테러 관련자로 지목됐는지, 테러 관련성은 어떻게 입증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반대 토론자들은 이처럼 모호한 법 조항이 남용될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북한은 ‘테러 관련자’가 아닌 ‘국가’이므로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가보안법상 북한은 여전히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에서 각각 집권하거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미 한국 정부의 ‘테러 관련자’ 명단에 올라있다. 만약, 한국의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레바논 복구를 돕기 위해 모금을 해 레바논 정부에 전달할 경우 테러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간주돼 1년 동안 모든 금융거래나 자산이 동결당할 수 있다.

또, 이슬람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테러 관련자’로 낙인찍힐 공산이 크다. 그들은 한국에서 번 수입을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하왈라’(일명 ‘환치기’: 이슬람 신자들 간의 신용에 의한 송금 방식) 방식으로 본국에 송금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부족·대가족 제도가 상당수 유지되기 때문에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설령, 이런 행위에 대해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해도, 이 법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그들을 예비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다.

실제, 2004년 한국 정부는 방글라데시 종교단체인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를 아무 근거도 없이 ‘테러 조직’인 양 몰고는, 그 단체 소속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추방한 적이 있다.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이런 근거없는 마녀사냥을 부추길 수 있다.

테러자금조달금지법은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테러방지법과 본질에서 같다. 두 악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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