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기자라고 사기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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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학칙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대학당국뿐 아니라 〈조선일보〉의 심기도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학생운동가들을 취재해 어떻게든 인권위 권고에 흠집을 내려 했던 듯하다.
처음에 〈조선일보〉기자는 전화로 〈연합뉴스〉를 사칭해 나에게 인권위 권고를 언급하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대학생 다함께’의 서범진 동지(고려대 출교자)를 연결해줬다.
그런데 서범진 동지는 이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한 뒤 매우 불쾌해했다. 왜냐하면 그 기자가 인권위 권고와는 상관 없는 ‘대학생 다함께’의 규모·분포 등을 주로 질문했기 때문이다.
나는 서범진 동지한테서 이런 상황을 듣고 〈연합뉴스〉기자인 선배에게 전화해 기자의 신원을 파악했다. 선배의 도움으로 알게 된 사실은 이 기자가 〈조선일보〉사회부 수습기자란 것이었다! 진보단체의 인터뷰 거부로 취재에 어려움을 겪어온 〈조선일보〉가 꼼수를 부린 것이다.(수습기자가 감히 이런 신분 사칭을 할 수 있는 건 ‘데스크’가 그렇게 교육시키기 때문일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나는 〈연합뉴스〉를 사칭한 〈조선일보〉기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인터뷰 내용이 기사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계속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조선일보〉사회부에 직접 전화해서 이 기자가 나에게 사과하게 만들었다. 또,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곧바로 나는 〈미디어 오늘〉과 〈민중의 소리〉에 이 황당한 경험을 제보했고, 두 언론 모두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연합뉴스〉기자인 선배는, 〈조선일보〉가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한다는 것은 기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실제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