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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ㆍ비정규직 확대 공공서비스 파괴 - 한미FTA 중단하라

한미FTA 타결이 임박한 듯하다. 미국 협상 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이달 말까지는 합의에 이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미FTA 찬성(44.2퍼센트)과 반대(43.7퍼센트)가 팽팽하다. 특히 ‘우리 나라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때까지는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74.6퍼센트나 됐다. 한미FTA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상당수도 지금처럼 체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고 사활적으로 추진해 온 한미FTA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미FTA의 갖가지 독소 조항들이 폭로되면서 부정적 여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국가 소송제’와 비슷하지만 더욱 해악적인 ‘비위반 제소’에 합의했다는 것이 폭로되기도 했다. 비위반 제소는 FTA 협정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상대 국가의 정책 때문에 자국 기업이 ‘기대하는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국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비위반 제소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이 조항을 도입하려다가 대다수 나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기대하는 이익’이라는 모호한 규정이 포함된 비위반 제소가 FTA 조항에 반영된다면, 예를 들어 뼈조각이 든 쇠고기를 반송하는 조처도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미FTA의 공식 의제가 아니라고 한미 양국 정부가 밝히고 있는 광우병 쇠고기 등이 사후에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여권 안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근태는 “3월 말까지 협상을 타결할 생각이라면 나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정동영마저 “마이너스 FTA”라며 체결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FTA 반대 의견을 밝힌 천정배는 “[김근태·정동영과] 함께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 한 자리에 모여 이 문제를 협의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미FTA 반대 운동은 주류 정치권의 이러한 분열을 이용해 대중 동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의 말처럼 주류 정치인들의 “그러한 발언이 대선을 앞둔 면피용이 아닌지” 의구심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김근태는 얼마 전까지 한미FTA를 앞장서 추진하는 열우당의 의장이었다. 천정배는 한미FTA에 공동 대응하자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손학규와 함께 대통합 신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한미FTA 필요성을 설파하고 다닌 자와 정당을 같이하겠다는 것은 일관되게 한미FTA를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미FTA 반대 운동은 뒤늦게 한미FTA 반대로 돌아서는 듯한 정치인들이 “말로 끝나지 않고 책임을 지도록” 그들이 대중 동원 강화의 도구로 봉사하는 것을 거부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대중의 모순적 의식도 한미FTA 반대 운동에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MBC 라디오의 여론조사를 보면, 53.7퍼센트가 한미FTA가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74.9퍼센트가 양극화 등의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들이 모두 한미FTA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한미FTA 반대 운동은 한미FTA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는 것을 분명히 주장하며,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넘어서는 대안적 세계화 논의도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미FTA 반대 운동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의 제안은 부분적으로 시사적이다. 정태인 교수는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한미FTA의 대안으로 “‘FTA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FTA를 설계해야”하고, 이 새로운 유형의 FTA는 “‘국익’의 관점을 벗어나” “‘계급주의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태인 교수의 지적처럼 한미FTA 반대 운동은 지금까지 큰 성과를 거뒀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한 국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한미FTA는 원래 청와대의 계획대로 작년 연말에 타결됐을 것”이고, “농림부가 ‘손톱만한 뼛조각’을 이유로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반송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조차 입발림말로라도 “이익이 안 되면 한미FTA를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야 했던 사실을 우리는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대중 저항 때문에 〈조선일보〉는 “찬성 진영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FTA가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리 정권이 못마땅해도, FTA만큼은 노 대통령을 믿고 힘을 실어 줘”야 한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 반대 운동도 더 큰 대중 운동으로 맞불을 놓아야 한다. 한국 지배자들이 사활적으로 매달린 한미FTA가 좌절된다면 한국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미FTA 반대 단식 투쟁중인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의 지적처럼 “[설사]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거대한 투쟁의 불씨가 던져지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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