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인 사회주의자 엘라헤 로스타미 포베이 인터뷰:
“무슬림 여성들은 언제나 투쟁에 앞장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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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에 참가한 포베이는 이란인 여성 사회주의자이다.
그는 《여성, 노동, 이슬람: 이란의 이데올로기와 저항》(국내 미간)의 저자이다. 〈맞불〉기자 승주와 이예송이 포베이와 인터뷰했다.
주류 언론들은 다른 종교보다 이슬람이 더 여성을 차별 대우한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사실, 이슬람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여성을 차별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이나 특히 유대교와 비교하면, 이슬람이 오히려 여성 권리들을 좀더 보장합니다.
예컨대, 무슬림 여성은 재산 상속권이 있죠. 여기서도 차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재산을 적게 상속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슬람에서 여성 상속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집안에서 재생산에 관한 일을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이것을 ‘alimony’[양육비]라 부르고, 아랍어로는 ‘나파데’라고 합니다. 이슬람이 이것을 여성 권리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해석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이슬람이 가톨릭이나 유대교보다 덜 여성 차별적인 종교라고 할 수 있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은 ‘테러와의 전쟁’의 중요한 명분 중 하나로 여성 해방을 말했습니다. 그들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수도 있었지만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을 압제에서 해방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부시·블레어·이스라엘이 페미니즘과 여성의 권리 운운하는 것은 순전한 위선입니다. 그들은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제국주의적 확장을 정당화하려고 그런 주장을 날조한 것입니다.
일례로, 미국과 영국이 침략하고 점령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의 삶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많은 이라크 여성들은 비록 사담 후세인이 독재자였지만 점령군보다는 후세인 정부 하에서 여성의 삶이 더 나았다고 말합니다.
당시 여성은 학교를 가고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활동에 참가하고 정치 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갈등과 종파주의만 심화[되어 활동 공간이 축소]됐습니다. 결국 점령군은 이라크 여성의 삶을 더 악화시켰을 뿐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상황도 똑같습니다. 저는 아프가니스탄을 두 차례 방문하고 그곳 여성에 대한 책을 썼습니다.
부시와 블레어는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여성들이 학교를 갈 수 있게 됐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재건 사업’이 평범한 여성·남성·아동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극소수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부자가 됐습니다. 이는 그들이 미국·유럽·일본의 기업들과 결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다수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전기·식수·교육·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령군이 들여온 것은 포르노 영화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활동가들은 포르노 영화가 확산되는 데 분노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와 경제에 대한 침략뿐 아니라 문화적 침략도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정부는 이란에 대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 여성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이란의 경우는 매우 중요합니다. 미국 제국주의가 또다시 여성 해방을 들먹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제국주의는 민주주의와 여성 해방을 가져다 주겠다며 이란 공격 기도를 정당화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점령 하에서 여성의 삶은 악화했습니다.
이란 여성들의 처지는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인 친미 국가들, 즉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보다 상대적으로 더 낫습니다. 예컨대 유엔 자료를 보면, 이란 여성의 94퍼센트가 읽고 쓸 줄 알고, 대학생 중 64퍼센트가 여성입니다. 여성 국회의원 수는 터키와 같고, 고위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율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이란에는 민주화 운동의 일부로 강력한 여성 운동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한 사례로, 이란 여성 운동은 외국인과 결혼한 여성들이 자신의 시민권과 국적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허용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법은 이란·이집트·모로코 등에만 존재합니다. 이것은 이란의 무슬림 여성들에게 중요한 성과입니다.
또, 이란 여성 운동은 ‘투석 살해’ 반대 운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이것을 불법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운동의 결과로 지난 1년 동안 단 한 건의 ‘투석 살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불법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여성 운동의 결과로 이란 여성은 이혼권이 있고, 결혼 증서에 표시된 경우 양육권도 보장받습니다. 따라서 이란 여성들은 여성권 쟁취 투쟁과 민주화 투쟁을 훌륭히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란 전쟁 위협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만약 전쟁이 발생하면 여성 운동이 지금껏 성취한 것을 모두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계속해서 서방 제국주의와 이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제국주의는 이란에 대한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시와 블레어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했고, 지금 똑같은 수법을 사용해 전쟁을 이란으로 확대하려 합니다.
반전 운동이 굳건하게 단결해 이란 확전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전쟁이 이란으로 확대된다면 단지 수많은 이란인들이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제국주의는 핵탄두를 포함한 대규모 폭격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재앙을 낳을 것입니다. 수많은 이란인이 죽을 뿐 아니라 이란이 반격할 것입니다.
예컨대, 이란이 유전을 공격한다면 환경적·경제적 재앙이 발생할 것입니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유럽과 남한에서도 그런 부정적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이란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를 위해서라도 이란 공격을 막아야 합니다.
주류 언론과 학계는 무슬림 여성들을 수동적인 희생자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카이로회의에서 보니 많은 무슬림 여성들이 저항 운동과 민주화 투쟁 등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항 운동에서 여성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해 왔습니다. 세계 모든 곳에서, 무슬림 세계에서도 여성들은 언제나 투쟁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서방 지배자들이 부추긴] 이슬람 혐오 때문에 무슬림 여성들이 수동적이라는 편견이 퍼져 있습니다.
이집트·모로코·이란과 무슬림 국가들의 반식민주의 투쟁 역사를 보면 무슬림 여성들이 반식민주의 투쟁에 앞장섰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 나라들의 민주화 운동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역사적으로 무슬림 여성들은 언제나 투쟁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쟁이나 전쟁이 있을 때마다 여성 운동은 반식민주의 민족 투쟁과 뒤섞였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민주적 권리뿐 아니라 여성권 쟁취 투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 여성들이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해 투쟁했고, 오늘날 팔레스타인·레바논·이라크·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투쟁이 끝난 뒤에 여성들은 더 강해져 있을 것이고, 그 때에야 여성권 투쟁을 벌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크·레바논에서 여성들의 투쟁이 남성과 함께 해방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 여성들은 자신의 성적 권리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계 반전 운동이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전쟁이 종식돼야 여성들이 여성권 쟁취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