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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대(對) 에티오피아 무기 수출을 허용하다:
부시 정부 대북 제재의 위선

얼마 전 미국의 대북 제재가 위선 덩어리임이 드러났다. 지난 4월 7일 〈뉴욕 타임스〉는 올해 1월 미국이 북한의 대(對) 에티오피아 무기 수출을 허용했다고 폭로했다. 에티오피아는 T-55탱크 부품 등 2천 만 달러 상당의 무기와 부품을 북한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강경한 대북 제재 목소리를 높여 왔다. 미국은 유엔이 대북 결의안 1718호를 채택하도록 만들었고, 이 결의안 제8조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러나 정작 미국 자신이 이 결의안을 무시했다.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에 에티오피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부추겨, 소말리아에서 친미 정부를 위협하는 이슬람 반군을 진압하도록 했다. 이런 미국의 위선적 대북 제재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

그런데 미국이 북한의 무기 수출을 용인한 것은 미국 제국주의가 가진 힘의 한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라크 수렁에 빠진 미국은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점점 지역 깡패 국가들의 힘을 활용하려 한다. 이 때문에 지역 깡패 국가 지배자들의 이익을 완전히 거스르기 힘들어졌다.

또, 이라크 문제에 묶여 중동 바깥으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미국이 자칫하면 북한과 충돌할 수도 있는 ‘대량 살상 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를 강행하는 데 많은 부담을 느꼈음도 알 수 있다.

한편, 북한의 에티오피아 무기 수출은 북한 지배자들이 진정한 반제국주의 세력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 주었다. 북한 정권은 무슬림의 민족해방 투쟁을 분쇄하려는 소말리아 친미 정권과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한 에티오피아를 군사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미국의 폭격기와 북한제 탱크가 결합한 공지 합동 전술로 무슬림을 학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따라서 〈자주민보〉가 “제3세계에서 갈수록 북의 무기 수입을 늘려 가”는 것이 미국의 “군사 패권을 중심에 둔 제국주의적 세계 지배 전략을 수정”하게 만든다고 옹호한 것은 전형적인 아전인수다. 북한의 대(對) 에티오피아 무기 수출은 미국의 제국주의에 도움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