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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의 교훈

4월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진행됐다. 언론의 주요 관심사는 과연 2002년처럼 장-마리 르펜이 2차 투표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다행히도 르펜은 11퍼센트로 얻어 4위를 기록했다. 2002년에 르펜의 2차 투표 진출을 치욕으로 여긴 프랑스 대중에게는 이것이 이번 선거의 최대 성과일 것이다.

원래 주류 후보들의 반이민 발언으로 르펜의 지지율이 상승해서 선거 직전의 여론 조사에서는 베이루를 제치고 3위(16.5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것은 표로 연결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과 우파 집권당 후보 사르코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3퍼센트) 내로 좁혀지면서 우파 진영에서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했고, 일부 르펜 지지자들이 사르코지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르코지가 이미 르펜 정책을 상당히 흡수한 덕분에 가능했다. 그래서 르펜을 몰아낸 기쁨이 반감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르코지뿐 아니라 세골렌 루아얄, 베이루 등 다른 주류 후보들도 범죄와 이민 등 쟁점에서 보수적 주장을 했는데 이것은 다수 대중의 진정한 관심사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일례로 사람들은 최근의 에어버스 구조조정과 노동자 정리해고 문제에 관한 대안을 듣고 싶어했지만 이것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올리비에 브장스노 같은 급진 좌파 후보가 대중적 호응을 얻은 것을 제외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재미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우파 정당들이 좌파 정당들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약 44퍼센트 대 약 37퍼센트)을 보고 주류 언론들은 “프랑스 유권자들이 [2002년에 비해] 우경화했다”고 말한다.

2002년 선거 결과가 특별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 사회당을 제외한 8개 좌파 후보가 약 27퍼센트를 얻었는데, 이는 사회당 후보 조스팽(약 16퍼센트)보다 훨씬 더 많은 득표였다. 당시에 사람들은 조스팽 사회당 정부의 사회적 자유주의에 신물이 나서 항의하고 싶었고 더 급진적 대안을 바랐다.

신물

반면에 이번에 사회당을 제외한 좌파들은 약 11퍼센트만 얻었다. 그러나 프랑스 대중의 정서는 우경화라기보다는 양극화다. 일부는 공포심과 절망감 속에서 우익을 대안으로 삼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더 많은 사람들이 2005년 유럽헌법 부결 투쟁과 2006년 CPE 반대 투쟁의 성공에 고무받아 급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의 높은 참가율은 그런 정치적 갈증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좌파 표가 8명의 후보한테 분산돼 르펜이 어부지리로 2차 투표에 진출했던 2002년의 악몽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반사르코지’ 표가 단순히 루아얄에게 간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전 사회당 정부가 저지른 짓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루아얄은 선거 막바지에 좌파적 미사여구를 채택했지만, 그 전까지는 꾸준히 친기업·국수주의·인종차별 카드를 활용했다. 어떤 쟁점에서는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우파와 오랫동안 동거해 온 베이루가 루아얄보다 더 좌파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일부 좌파 지지자들은 사르코지를 물리칠 대안으로 루아얄이 아니라 베이루를 택했다. 실제로 22일 IPSOS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베이루 지지자들 중 보수당 지지자보다 좌파 정당 지지자 비율이 두 배나 많다.

급진적 대안을 찾는 대중의 표가 사회적 자유주의자 루아얄과 중도우파 베이루로 분산된 비극의 원인은 이들의 급진화를 대변하면서도 지지율 싸움에서 우파 후보와 충분히 겨룰 수 있는 급진 좌파 진영의 단일 후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좌파 정당의 지도자들(특히 공산당의 전 대통령 후보 로베르 위에)은 자신의 정치적 독립성을 포기한 채 아예 “사르코지에 맞서 사회당을 찍으라”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르코지와 르펜을 두려워하는 대도시 근교 이민 가정의 청년들이 ‘사르코지 저지’ 구호 아래 루아얄이나 베이루에게 대거 투표한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이 크게 하락한 급진 좌파 정당의 일부 지도자들이 자신들을 ‘사표 방지 심리’의 일방적 희생자라고 부르는 것은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는 정직하지 못한 표현이다.

결선 투표 선거운동 과정에서 루아얄은 급진 좌파 지지자와 잠시 베이루를 지지한 좌파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좌향하기보다는 베이루의 ‘중도파 지지자들’을 획득해야 한다며 더한층 우향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 되면 물론 사회당 내에서 논쟁이 일어날 것이다. 로랑 파비우 등 사회당 좌파 지도부는 이런 정책에 반대했다. 그러나 사회당 지도부 내 상당수는 선거 직전에 베이루와의 선거 연합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번 프랑스 선거는 르펜이 탈락한 것을 빼고는 아무런 희망적 요소를 찾을 수 없었는가? 다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프랑스의 트로츠키주의 정당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대선 후보 올리비에 브장스노가 4.08퍼센트의 표를 얻었다. 득표율 자체는 2002년과 비슷하다. 그러나 투표율이 상승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브장스노에게 투표한 사람의 수는 2002년보다 약 30만 명이나 더 많았다. LCR은 운동에서 새롭게 급진화한 사람들 중 일부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브장스노는 선거 결과 공표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저 무지막지한 사르코지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그러나] 나는 루아얄 지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르코지에 반대해 표를 던지라는 것이다 … 루아얄이 당선되면 우리는 그를 왼쪽에서 반대할 것이다” 하고 올바르게 말했다.

반자본주의 세력

또, 그는 그 다음 과제로 “광범한 반자본주의 세력”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브장스노는 급진 좌파 후보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다른 급진 좌파 후보들, 즉 노동자투쟁(LO)의 라기예르, 반세계화 운동가 조제 보베, 공산당의 마리-조르주 뷔페 등은 모두 각각 1퍼센트 정도 득표했다. LCR은 좌파 재결집을 중심적으로 주도할 세력으로 떠올랐다.

다만 1차 선거 성과로 얻은 자신감을 이전의 단일 후보 선출 과정의 오류를 반복하는 데 낭비해선 안 된다.

일례로 LCR의 주요 이론가인 다니엘 벤사이드는 프랑스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런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세력들이 최종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공산당이 그렇다” 하고 말했다. 이것은 공산당이 사회당과의 연합 문제에 명백히 반대하길 바라는 것이다. 이 요청은 옳다. 더구나 결선 투표에서 루아얄이 승리하면 연정 파트너를 물색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든 LCR은 광범한 정치적 대표체를 만들려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미 LCR은 이를 근거로 대선 단일 후보 선출 과정에서 기권한바 있다. 이번에 브장스노가 선전했지만 급진 좌파 단일 대선 후보가 받을 수 있었던 득표율에 비하면 제한적 성과인 것도 사실이다.

벤사이드 등은 공통의 적이 있다고 해서 급진 좌파들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LCR의 태도를 정당화했다. 물론 ‘공통의 적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 라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올바른 합의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LCR은 공통의 적인 사르코지에 맞서 운동이 단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적의 존재는 운동이 단결해야 하는 필요조건으로는 충분하다. 나머지는 논쟁이 필요하다. 어쨌든 단결하지 못할 선험적 이유는 없다.

따라서 LCR은 이번만큼은 반신자유주의 정치적 대표체를 건설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정도로 너무 많은 단서를 미리 달고 논쟁을 회피하는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LCR은 이번 선거 결과를 잘 활용해 사회당의 사회적 자유주의를 극복하고 급진화한 대중을 단결시킬 “좌파 중의 좌파 세력”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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