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동자들이 한미FTA 반대 ‘총파업’을 결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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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건은 좌파 활동가들이 발의했다. 안건을 발의한 기아차노조 대의원 이상욱 동지는 제안 설명에서 한미FTA를 “신자유주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FTA가 노동자 구조조정을 강화할 것이며 미국과 한국의 자본가들을 위한 협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금속노조의 총파업 결의를 통해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끌어내고, 범국본 차원의 6월 항쟁을 만들자”며 대의원 만장일치 통과를 주문했다.
이 안건이 기타 안건으로 대의원대회 맨 마지막에 다뤄지면 정족수 미달로 대회가 끝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안건을 첫번째 안건으로 다루자는 제안이 대의원 52퍼센트의 지지로 통과됐다. 그러자 의장인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은 “파업 결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의하고 안 하면 어떻게 하는가?”며 사실상 반대 발언을 했다.
이에 ‘다함께’ 회원이며 기아차노조 대의원인 김우용 동지가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의장은 저녁식사 핑계로 정회를 선언했다.
회의가 속개하자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반대 발언자들은 “준비 기간이 너무 짧다”, “조합원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김우용 동지는 “비정규직 악법을 막고, 산별교섭 성사를 위해서도 6월 총파업이 필요하며, 이런 투쟁은 조합원들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 또 국민적 반감이 큰 한미FTA 반대 파업은 ‘귀족노조’라는 저들의 비난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비정규직 대의원 등이 효과적인 찬성 발언을 했다.
다급해진 정갑득 위원장은 “나도 직권으로 파업을 선언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 있는 대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해 많은 대의원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기아차노조 대의원인 정현성 동지는 “나는 지난 2003년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다가 용역깡패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그 때 우리를 구해준 것은 평범한 조합원 2천 명이었다. 조합원들은 준비돼 있다. 조합원을 믿으라”며 투쟁 조직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 발언자 중 한 명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결의하고 구체적인 일시 및 전술은 중앙집행위에 위임한다”는 수정안을 냈다. 이것은 총파업 계획을 분명하게 명시한 원안에서 명백히 후퇴한 것이었다. 정갑득 위원장은 회의 절차도 무시한 채 변칙적으로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혜성
그러자 김우용 동지도 수정안을 제출했다. 6월 총파업 슬로건에 한미FTA 반대 뿐 아니라 산별교섭 쟁취와 비정규직 시행령 저지도 넣자는 것이었다. 김우용 동지는 “한미FTA 반대와 함께 산별교섭 쟁취와 장기투쟁 사업장의 비정규직 요구를 같이 걸고 조직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6월은 범국본 등과 힘을 모아 싸울 수 있는 적기이다. 7월 산별교섭과 비정규직 악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의 힘을 보여 주자”며 취지 설명을 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이미 수정안을 받았으니 또 받을 수 없다”며 수정안 접수를 거부하다가 항의가 거세지자 정회를 선언했다. 결국 항의 끝에 김우용 동지의 수정안도 받아들여졌다.
이제 김우용 동지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원안도 자동 통과되고, 반대 측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원안이 폐기되는 상황이었다.
표결 결과 김우용 동지의 수정안은 36.5퍼센트의 지지로 부결됐고, 반대 측의 수정안도 44퍼센트로 부결됐다. 그러나 원안은 재적 대의원 4백46명 중 2백71명의 찬성(58.9퍼센트)으로 당당하게 통과됐다!
이렇게 ‘한미FTA 반대 총파업’이 통과된 것은 금속노조 대의원들의 건강함과 전투성을 보여 줬다. 좌파 활동가들이 협력적으로 안건 발의에서 논쟁까지 대회를 주도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이들의 조직적 개입은 대회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투쟁을 회피하려 했지만 대의명분이 분명한 한미FTA 반대 투쟁을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가 대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래서 반대측도 원안을 완전히 폐기하자고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미FTA 반대 금속노조 총파업은 한미FTA 추진의 장애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파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노무현의 한미FTA 추진은 타격을 입을 것이고 한미FTA 반대 운동은 큰 힘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럴 수 있다.
정갑득 지도부는 〈레디앙〉인터뷰(4월26일 기사)에서 말했듯이 “결정된 것에 대해 1백 퍼센트 수행해 큰 투쟁을 만들어” 내야 한다.
금속노조 현장 활동가들은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위력적인 파업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