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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출교 철회 투쟁 밀착 취재:
부당한 출교에 맞선 불굴의 투쟁 현장을 가다

‘고려대학교 본관 앞 출교 철회 농성 천막’. 1년 전 4월 19일 사상 초유의 출교 조처를 받고 학교에서 내쫓긴 학생들은 이제 이곳을 정식 주소지처럼 말한다.

천막을 방문한 4월 26일, 천막 안쪽은 시간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컴컴했다. 출교 학생들의 빼앗긴 1년도 이곳에 멈춰 있는 듯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입구에는 ‘3분카레’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선반의 약상자에는 늘 잔병치레를 하는 출교자들이 먹는 약과 영양제가 가득했다.

겨울을 나는 동안 천막을 둘러 친 비닐 때문에, 천막 안은 아침부터 더운 공기로 숨이 막혔다. 바깥의 잔디 깎는 소음과 진동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가만히 앉아 있어도 진이 빠졌다.

“야, 30도야 30도!” 허리 디스크 때문에 병원에 다녀온 출교생 주병준 씨가 온풍기에 표시된 실내기온을 가리켰다.

병준 씨는 허리디스크 때문에 앉은 채로 다리를 쭉 펴지 못했다. “이렇게 [다리를] 올리면 신경이 눌려서 되게 아파요.”

출교생들이 대화를 요구하며 본관 앞 천막농성을 시작하자 학교 측은 본관 정문을 걸어 잠가버렸고, 1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그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학교 측은 이날 저녁 개최 예정이던 ‘삼성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토론회도 “출교 관련한 건 안 된다”며 장소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토론회는 차가운 복도에서 진행됐다.

천막

토론회가 끝난 뒤 천막에서 출교생 김지윤 씨를 만났다. 지윤 씨는 과자로 허기를 달래며 ‘집 밥’이 그립다고 말했다. “엄마는 미역국에 조기를 구워서 생일상을 차려 주셨어요. 몇 년간 똑같은 메뉴로. 그게 너무 먹고 싶어요.”

지윤 씨는 무릎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 전에는 걷지 말라는 의사의 주의를 받고 주로 학교 근처 임시 숙소에 머물며 외출도 삼가고 있다. 임시 숙소로 돌아가는 지윤 씨와 동행했다.

“천막에서 빠진 지 오늘 5일째예요. 원래 한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는데, 천막에서는 계속 새벽에 깼어요. 다리도 맨날 붓고 아파서 왜 그럴까 했는데, 천막에 경사가 좀 있어요. 피가 다리로 쏠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고시원 같은 건물 한쪽에 있는 지윤 씨 임시 숙소에 들어가자, 우체국 택배 박스가 잔뜩 보였다. 스카프를 포장·배송하는 아르바이트란다. 집에만 있게 된 뒤로 시작했다고 한다.

밥은 챙겨먹는지 묻자, 집에만 있으니 배고픈지도 모른다며 닷새 간의 끼니를 셈해 본다. “이 앞에서 삼각김밥 사 먹고 그제는 저녁 한 끼만 먹었고…”

몸이 성할 리 없다.

“출교생들은 다 위염에 걸렸어요. 병준 씨는 여름에 먹으면 토하고 먹으면 토해서 엄청 고생했어요. 지지 물품 들어오는 게 다 초코파이랑 컵라면이라 맨날 그거만 먹었어요. 요즘엔 3분카레가 주식이고. 질려서 중국음식 시켜 먹는데 그것도 조미료 덩어리잖아요.”

“영만 씨는 전기장판에서 자면 땀이 계속 차고 식생활도 엉망이라 그런지 허벅지에 종기가 났는데 엄청 컸나 봐요.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세 개가 나고 덧나고. 겨울인데도 바지를 입고 만져도 뜨거웠대요. 병원에 가서 그걸 째는데 영만 씨 우는 걸 처음 봤어요. 의사 선생님이 너 죽을 뻔했다고, 이렇게 될 때까지 왜 안 왔느냐고 막 화냈어요.”

조정식 씨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에 구멍이 뚫리는 병에 걸리기도 했고, 안형우 씨와 서범진 씨도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지윤 씨는 5월 15일부터 정밀검사를 받고 수술 일정을 잡는다. 수술 후에도 몇 주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앞으로 적어도 한 달은 거의 걷지 못할 판이다.

“답답하죠. 쉬는 것도 하루일 때 좋은 거지. 어제는 누가 도서관으로 막 뛰어가는 걸 봤는데, 그게 얼마나 부러운지…”

졸업식 날, 출교 이후에 신경 많이 써준 고마운 친구 하나가 졸업하는 걸 보니까 쟤랑 나랑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고 새터 때도 서울에 같이 기차 타고 왔는데 쟤는 졸업하고 난 여기 있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출교생들은 비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들 출교자들이 천막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있을 줄 아는데 와서 보면 너무 밝아서 놀래요. 천막에 있는 거 자체는 힘든 일이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요.”

“얼마 전 전교조 집회 때 모금을 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지지 문자가 왔어요. 입학식이나 수시모집일에 유인물 뿌리면 다음날까지 문자가 와요. ‘오늘 문자 스무 개 왔어’ 하고 부모님께도 자랑하면 ‘아직도 너희를 안 잊고 있구나’ 하고 좋아하세요.”

“그럴 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이 투쟁이 단지 작은 학내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걸 느껴요. 요새는 새내기들도 같이하는데 그런 활기가 좋아요. 학교는 새로운 지지자들이 늘어나는 게 엄청 싫을 거예요.”

“그리고 진짜로 지금 재정이 너무 부족해요. 당장 제 수술만 해도 입원비 합하면 1백50만원 이상 들 거예요.”

지윤 씨와 대화가 끝나고 새벽 세 시가 다 돼 돌아온 천막의 얇은 비닐벽은 찬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4월 하순인데도 공기가 워낙 싸늘해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전기장판에 자리를 잡고 어지러운 이불 틈으로 파고들었지만, 불편한 잠자리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 춥고 불편한 곳에서 매일 밤을 보내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사투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출교생들이 건강을 되찾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출교생 김지윤 씨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모금

하나은행 391-910195-67507 (강영만)

출교 학생들에게 지지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주세요

강영만 011-9090-7366 / 김지윤 016-546-5560 /

서범진 010-7765-1917 / 안형우 016-510-0581 /

조정식 011-9560-3357 / 주병준 011-9909-0249

‘고려대출교생후원회’ 회원 모집

‘고려대출교생후원회’는 이런 일들을 합니다.

- 정기적인 CMS 후원 모금 / 따뜻한 음식, 난방기구 등 농성에 필요한 물품 마련 / 이메일과 뉴스레터 등으로 출교생 소식 전달 / 각종 후원 행사

문의 : 민주혜(011-9636-4926), 오민애(011-9909-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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