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현장투쟁위원회’ 김명희 정책국장 인터뷰:
“비정규직의 투쟁과 정규직의 연대로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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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차 비정규직 파업이 벌어지게 된 배경과 진행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 1월 부평공장에서 I/P공정을 맡고 있는 DYT에서 외주화(모듈화) 계획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우리는 40∼50대 아주머니들이었지만 외주화되면 짤릴 것이라는 불안감에다 그동안 관리자들에게 인격적으로 무시당해 온 분노가 쌓일 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먼저 야간조 35명 전원이 ‘작업 거부’(파업)에 돌입했어요. 주간조도 파업에 동참해 낮에도 2시간 동안 공장이 멈춰 섰죠. GM대우차 부평공장 최초의 비정규직 파업이었죠. 그 후 공장 안에서 30여 명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20일 동안 농성했습니다.
스피드파워월드[하청업체] 노동자들도 DYT 농성 기간에 해고에 맞서 잔업을 거부했습니다. 그 와중에 관리자들이 직원을 폭행해 놓고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해고하는 사건이 일어났죠. 분노한 스피드 노동자들이 작업 거부에 돌입했고 3월까지 투쟁은 최고조를 이뤘습니다.
그러자 GM대우 측은 DYT 업체를 폐업시키고 용역깡패들을 시켜 농성 참가자들을 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정규직 현장 활동가들의 엄호 속에, 안에서는 스피드 노동자들이 투쟁을 계속했고 밖에서는 쫓겨난 DYT 노동자들과 GM대우 창원·기아·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GM대우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투쟁이 다른 업체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GM대우는 스피드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켰습니다. 노조도 없는 상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궈낸 값진 승리였죠. 다른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현장 활동가들이 연대해서 함께 투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피드 투쟁은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DYT 노동자들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스피드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하는데 투쟁 대오가 줄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연대가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였습니까?
DYT 파업 초기에 정규직 현장 활동가들도 많이 우왕좌왕하다 보니 개별적으로 결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투쟁이 2∼3개월 지속되면서 정규직 동지들 내부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엄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됐고, 공동 투쟁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비정규직 연대 실천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동지들이 집회 때마다 연대를 해줘 큰 힘이 됐습니다. 3월 말 처음으로 공장 안에서 중식집회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정규직 동지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정규직 조합원들이 관리자들의 침탈을 온몸으로 막아내 줬기 때문에 집회를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50∼60명의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방어해 투쟁해 준 것이죠. 이 집회가 끝나고 일주일 만에 스피드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될 수 있었습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연대를 위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논의해서 공동의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모듈화가 진행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막론하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더욱 커지고 노동강도도 더욱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노조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은 절박한 문제를 가지고 몸으로 때우며 싸우고 있습니다. 법도 우리 편이 아닙니다. 늘 우리만 잘못했다고 하지요. 그럼 우리는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합니까?
산별노조는 비정규직·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함께 끌어안고 투쟁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하면서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