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가 합법화되어야 대학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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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미국의 교수노조는 5백 개의 캠퍼스 지회와 39개의 주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조합원은 4만 5천 명이다. 영국에는 조합원이 6만 7천 명인 NATFHE와 조합원이 4만8천 명인 AUT 2개의 교수노조가 있다. 일본에서는 국립대 교수노조만 해도 3만 명이 넘는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 씨는 인도의 한 업체에서는 대졸자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 교수까지 노조를 만들려고 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지만, 당연히 인도에도 교수노조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 특별법으로 교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노동법에서 교수들의 노조설립을 금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동법에서 교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을 금지하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별법으로 교수노조를 인정하기 싫으면 교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노동법을 선진국처럼 고치면 된다. 사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은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보수가 많고, 안정적이고, 근무조건이 좋다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실상은 교수들의 보수, 안정성, 근로조건 등은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 교수는 우리 나라 전문직 중에서도 가장 양극화가 심한 직종이다. 예를 들어 보수를 보자.
처음 전임강사 발령을 받는 교수
1주일 전에 어떤 교수 한 분은 학교의 강요로 연봉 4백80만 원 계약서에 서명했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교수노조에 상담을 하러 왔다. 올해 2월에 열렸던 국회 공청회에서는 한 교수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 증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학교수로서 상상할 수 없는 저임금은 입학생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때문인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이사장이나 총장의 등록금 횡령으로 대학 재정이 악화했거나 봉건적이고 폭력적인 독재 경영을 하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교수노조가 대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학문 선진국의 예를 보면, 미국이든 영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나라도 교수노조 때문에 대학 경쟁력이 떨어진 나라가 없다. 오히려 교수노조가 합법화해 교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때에 대학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학 비리 때문에 교수노조 합법화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는 비리 사학이 많다. 교수들이 알고 있는 사학 비리 실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학비리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없기 때문이다. 사학비리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사람은 교수이다. 교수들이 나서지 않는 한 사학비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학비리를 고발했다가 수많은 교수들이 거리로 쫓겨났다. 재단의 미움을 사서 재임용탈락이나 징계를 통해 해고되면 복직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복직되지 못한 교수가 1백20명이 넘는다.
불행한 김명호 교수의 석궁 사건은 교수들의 억울한 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교수들은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다고 그럴 듯하게 말하지만 사실은 교수들에게는 일반 노동자가 노동법에 의해서 누리는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에게 노동조합이 보장되고 일반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노동기본권이 보장된다면 용기를 내어 재단 비리를 고발하는 교수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생길 것이다. 학부모들이 내는 등록금이 제대로 교육에 쓰이게 되면 다른 누구보다도 학생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