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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세속주의’ 운동 이면의 진실

최근 터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군부가 정부를 위협했다. 터키의 사회주의자인 론 마르귈리스(Ron Margulies)가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번 위기의 배경을 설명한다.

최근 터키 군부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위협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4월 말 터키 국회에서 새 대통령이 선출될 예정이었습니다. 총리 레젭 타입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의 소속 정당[AKP]이 의회 다수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에르도안의 당선은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그런데 군부가 나서서 불만을 표시하자 에르도안은 후퇴하고 외무장관인 압둘라 귤을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군부는 이슬람 식 머리 스카프를 두른 여성의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소리지르며, 세속적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지금 터키에서 세속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은 전혀 없습니다. 국민이든 정부든 전혀 세속주의를 위협하고 있지 않습니다.

AKP는 4년 반 동안 안정적인 의회 다수당으로 집권하면서 이슬람주의 노선에 따른 조처를 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여성들이 머리 스카프를 두를 수 있게 허용하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터키의 모든 공공 건물에서는 머리 스카프 착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80년 만에 처음으로 터키의 종교인들은 국가의 압력을 받지 않고 편안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군부는 중간계급을 동원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세속적 공화국”을 지키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중간계급은 자신들의 서구식 라이프스타일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현 정부가 쿠르드족 문제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 했기 때문에, 아마 가장 중요하게는 군부의 정치 개입을 제한하려 했기 때문에 군부가 현 정부를 전복하려는 것입니다.

흔히 터키를 “세속적” 나라라고들 합니다. 터키의 정치 제도 맥락에서 “세속적”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합니까?

터키는 국가와 종교가 분리돼 있다는 의미에서 세속적입니다.

터키 국민의 99퍼센트가 무슬림인 상황에서, 서방은 터키의 세속주의와 의회 민주주의를 다른 무슬림 세계의 본보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선적인 허풍입니다.

물론 우리도 세속주의에 찬성합니다. 세속주의는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적이고 조화로운 터키라는 이미지는 온갖 긴장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슬람주의 전통을 가진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만 하면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위협합니다.

1997년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당시 군부는 이슬람주의 정당이 이끄는 연립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내서 강제로 사퇴하게 만들었는데, 지금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세속적 시위”에서 군중은 “우리는 아르메니아인이 아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아르메니아 소수민족에 대한 적대감의 기원은 무엇입니까?

그런 적대감의 물질적 뿌리는 1915년 터키인들이 소수민족인 아르메니아인들을 대량 학살하고 그들의 자본과 토지를 빼앗은 사건입니다.

시위 군중은 이 대량학살이 인정되면 배상 요구가 제기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비록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현재의 터키는 제1차세계대전 뒤 오스만 제국의 해체와 붕괴 과정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아르메니아인·그리스인·유대인 등 소수민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결코 알 수 없었습니다.(Because modern Turkey emerged from the disintegration and collapse of the Ottoman Empire after the First World War, it has never known what to do with its Armenian, Greek and Jewish minorities)

터키 국가는 항상 이들 소수민족을 잠재적 “내부의 적”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동화시키려고 했다가도 강제로 쫓아내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했습니다.

터키의 억압받는 쿠르드족의 처지는 어떻습니까? 그리고 석유가 풍부한 이라크 도시 키르쿠크에 대한 지배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터키 국가는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족의 국가가 건설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 되면 터키에 사는 쿠르드족도 독립하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터키 군대가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을 침공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쿠르드족이 미국의 주요 동맹 세력이기 때문이죠.

키르쿠크와 그 주변에는 소수의 터키인들(투르크멘족)이 살고 있습니다. 터키는 이 터키인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핑계로 이라크에 개입하려 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허용하지 않는 한은 터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AKP가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실행했는데도 중간계급과 부유층의 미움을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기업들은 확실하게 현 정부를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안정적이었던 정치 상황이 어지러워진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압둘라 귤이 대선 후보로 거명됐을 때 고용주들의 단체는 즉시 귤을 지지했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군부의 개입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귤 선출이 무효라고 판결했을 때, 고용주들의 단체는 즉시 조기 총선을 실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정치 상황이 다시 안정되기를 바란 것이죠.

새로운 선거에서 AKP가 승리하고 군부가 다시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치 상황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좌파는 군부와 AKP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습니까?

좌파는 완전히 잘못된 태도를 취했습니다. 좌파의 가장 흔한 구호는 “이슬람 근본주의도 반대하고 군사 쿠데타도 반대한다”였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군부에 맞서 선출된 정부를 방어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도 편들지 않은 것이죠.

좌파는 또, 이슬람 식 머리 스카프를 두를 권리도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국가 권력과 같은 편에 서서 평범한 사람들에 맞서는 태도를 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