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법 “개혁”안:
이주노동자 착취 강화를 위한 합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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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순찰대를 1만 8천 명까지 대폭 증원하고 국경선을 따라 약 6백 킬로미터의 담장을 추가 설치하는 등 국경 경비 강화와 불법 이민자 고용 차단 조처를 확립하고 나서 18개월 뒤에야 비로소 불법 이민자 구제나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전에 미국에 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은 ‘Z비자’를 발급받을 때까지 임시 거주 허가를 얻어 합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되지만, Z비자를 받으려면 5천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하고, 영주권을 얻으려면 일단 출신국으로 돌아갔다가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 들어와 8년에서 13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에는 이민자가 출신국에 있는 가족 전체의 영주권을 신청해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던 반면 이제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취업 이민의 연간 쿼터를 지금의 14만 개에서 70만 개로 대폭 확대했지만, 이민 노동자들의 취업 경험과 숙련도, 교육 수준, 영어 능력 등을 점수로 평가해 영주권 발급 여부를 심사하므로 많은 이민 노동자들이 가족들과 헤어져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이민법 개정안은 다수의 값싼 미숙련 이민 노동자들뿐 아니라 소수의 고숙련 전문직 이민 노동자들도 안정적으로 착취할 수 있기를 원하는 미국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타협책
한편, 이 개정안은 민주당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 줬다.
2005년 12월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센센브레너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자 지난해 봄부터 미등록 이민 노동자들의 합법화를 요구하는 운동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5월 1일 메이데이에는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이민자 방어 시위를 벌이며 “잠자는 거인이 깨어났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런 운동의 압력과 중간선거를 앞둔 주류 정치권의 이해 타산 때문에 센센브레너 법안은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고, 상원에서 통과된 초당적 합의안도 하원에서 무산되는 등 이민법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됐다.
결국, 이민 규제 강화를 주도해 온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를 대거 잃고 민주당이 12년 만에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되자 이민법 개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된 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을 우선하고 대변하는 점에서 공화당과 다르지 않은 민주당은 국민 다수의 여론(60퍼센트가 불법 이민 노동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을 순순히 따르지 않고 자본가들과 기업주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민을 규제하고 국경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는 ‘타협책’을 마련한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의 사면과 합법화는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 같은 주류 정치 세력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봄 이후 시작된 대중적 이민자 공민권 운동이 더욱 강화되고 성장할 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