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정부 ‘성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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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진보정치〉324호에 실린 브라질 노동자당(PT) 활동가 인터뷰는 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는 기아 제로 운동과 가족 기금 프로그램으로 상당수 극빈층이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까지 빈곤층 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원래 목표에는 한참 못 미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룰라 정부는 초기 3년 동안 빈곤 퇴치보다 외채 상환에 10배나 더 많은 돈을 썼다. 빈곤층보다 국제 금융계 큰손들을 배불리는 데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룰라 정부는 사회복지 혜택을 최저 빈곤선 이하 계층에게만 한정하면서 전체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하고 노동권과 퇴직연금을 공격했다.
라틴아메리카를 연구하는 좌파 학자들은 집권 이후 룰라의 지지 기반이 조직 노동자층에서 빈민층으로 변했다고 지적한다. 룰라는 국제 투기자본과 IMF의 요구에 순응하고 그 대가를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일부 빈민층에게 쥐꼬리만한 복지 혜택을 제공해 그들을 선거 때 이용하는 수동적 지지자로 확보했다.
또, 룰라 정부는 무토지 농업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브라질 농민단체들이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룰라 정부의 농업정책이 명백히 소수의 대농과 농업기업만을 위한 정책임을 지적한다. 즉,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보조금 지원과 세금 감면을 지원하고 유전자 조작 식품 표시제 완화를 적극 지지하면서 거대 농기업의 이익을 옹호했다.
반면, 무토지 농업 노동자에게 토지를 분배하고 토지 점거 불법 규정을 바꾸는 토지개혁 프로그램은 추진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룰라와 PT를 둘러싼 불법 스캔들에 대한 변명은 궁색하다. 2004년 당시 투표조작 비리로 40명이 넘는 의원들이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 1차 투표에서 룰라가 과반을 얻지 못하고 결선투표까지 가게 된 데는 야당인 사민당의 비리를 조작하려다 적발된 ‘도시어 게이트’가 폭로된 탓이었다.
집권 후 PT를 둘러싼 크고 작은 부정부패 스캔들이 끊이지 않아 몇몇 PT 지도부와 의원이 사퇴한 바 있는데, 이 모든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진보정치〉가 별다른 반박 없이 PT 지도자들의 변명을 게재한 것은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