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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생 의식의 급진화와 모순:
모순된 의식에 개방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최근 〈한겨레〉가 실시한 “국민 이념 성향”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퍼센트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83퍼센트는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여러 사회 현안에서 일관되게 진보 입장을 취했다. 대학생의 경우, ‘일관된 진보’ 입장이 ‘일관된 보수’ 입장보다 두 배나 더 많았다.

《말》지 여론조사에서도, 40퍼센트가 넘는 대학생들이 자신을 “진보”로 규정했다. 70퍼센트가 현재의 한미관계가 불평등하다고 답했고, 40퍼센트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오늘날 대학생들이 전쟁과 신자유주의 등이 낳은 부조리와 모순을 직접·간접으로 경험하며 급진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국내외의 활발한 반전·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이런 급진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급진화와 모순

그러나 이런 급진화와 함께, 좀더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한겨레〉조사에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진보정당이 사회를 주도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지지 후보 선호도에서는 이명박이 1위였고 그 다음이 무응답, 박근혜 순서였다.

‘세금을 올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50퍼센트를 넘었지만, 그와 동시에 ‘분배보다 성장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70퍼센트를 넘었다. 비정규직 차별에 반대하면서도, 비정규직 차별을 확대할 한미FTA에 반대하는 의견은 30퍼센트 정도에 그쳤다.

또, 한 조사에서는 절반 정도의 대학생들이 ‘투쟁 위주의 노동운동 노선’에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말》지의 지적처럼, 오늘날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정치 성향을 물으면 이런 대답이 나올 수 있다. “나는 진보적이고, 이명박을 지지하며, 미국 중심의 패권적 질서에 대해서는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한미FTA는 비준돼야 [한다.]”

이런 모순된 생각의 저변에는 무엇보다 개혁 정권을 자처했던 노무현 정부와 열우당에 대한 환멸이 작용하고 있다. 가짜 개혁에 실망하고 경제 위기로 인한 경쟁에 지친 많은 대학생들은 명쾌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공백의 일부를 이명박 같은 정치인이 메우고 있다. 경제 성장에 대한 환상과 ‘개혁적’이라는 오해와 착각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러나 한미FTA 반대 운동과 재보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 거품이 꺼지고, 박근혜와의 진흙탕 개싸움이 격화하며 이명박 지지율이 떨어졌던 것처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대안의 유동성은 여전히 매우 크다.

급진화하고 있지만 아직 여러 가지로 모순된 의식 때문에 흔쾌히 민주노동당이나 진보 운동을 지지하지 않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오늘날 진보적 학생 운동의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런 대학생들의 급진성과 모순 둘 다를 보고 여기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공통점을 중심으로 광범한 학생들을 만나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이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분명한 진보적 대안을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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