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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시핸과 미국 반전 운동:
양당 체제에서 벗어난 대안이 필요하다

지난 5월 25일 미국 민주당은 부시의 이라크 전비 법안을 지지함으로써 수많은 미국인들의 염원을 배신했다.

거의 모든 공화당 의원들과 다수의 민주당 상원의원, 3분의 2가 넘는 민주당 하원의원들의 지지 속에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민주당이 미국 지배계급의 충실한 일원임이 밝히 드러난 것이다.

민주당의 배신은 반전 운동 진영의 격렬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친(親)민주당 성향인 ‘무브온’의 엘리 파리세르도 ‘무브온’이 “전쟁 종식에서 도망쳐 더 큰 혼란과 더 많은 군대를 위해 투표한” 민주당에 반대해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배신에 대한 가장 통렬하고 호소력 있는 비판은 ‘반전 엄마’ 신디 시핸의 몫이었다. 시핸은 의회에서 전비 법안이 통과된 다음 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공개 편지’를 썼다.

“이라크 전쟁은 조지 부시의 전쟁이었다. 당신들[민주당]은 그것을 명예롭게 끝낼 수 있었다. 이제 이라크 전쟁은 당신들의 전쟁이 됐다. … 우리는 당신들에게 기회를 줬지만, 당신들은 우리를 배신했다.”

시핸의 편지는 일부 민주당 지지 성향 블로거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며칠 뒤 크게 상심한 시핸은 자신이 반전 운동의 “얼굴” 구실을 그만 둘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그녀는 또 조지 부시의 텍사스 목장 근처에 있는 자신의 평화 캠프를 폐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핸은 자신이 “투쟁을 조지 부시와 공화당에 제한”하는 동안은 자신을 추켜세웠던 자유주의자들이 지금 자신에게 퍼붓고 있는 비난을 강조해 지적했다. “내가 공화당에 적용했던 것과 똑같은 잣대를 민주당에 들이대기 시작하자 나의 대의에 대한 지지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아가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헛되이 죽고 말았다”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도달한 가장 쓰라린 결론이라며 비통해 했다.

배신

신디 시핸의 글에는 자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결국 지치고 상처받고 낙담한 어머니의 심경이 절절히 드러나 있다. 시핸은 평범한 미국인들이 반전 운동의 대의에 공감하도록 하는 데 커다란 구실을 했고, 따라서 그녀의 결정은 미국 반전 운동의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시핸의 결정은 민주당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광범한 반전 정서는 물론 반전 운동의 잠재력 또한 여전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아쉽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부시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이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명 중 2명은 부시의 “증파”가 아무 효과가 없었거나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인의 거의 3분의 2가 내년 안에 미군이 철군하길 바란다.

바로 이러한 광범한 반전 정서 때문에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바락 오바마는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전비 법안에 반대해야 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기층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란이 일어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의 굴복에도 불구하고 부시의 앞길이 밝은 것은 아니다. 공화당의 일부 지도자들조차 부시가 9월에 이라크 상황의 진전 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뒤에는 미군 철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대중의 급진화는 전쟁 문제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 지난 3월 26일 칼럼에서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은 이렇게 지적했다.

“여론은 보편적 의료보험 체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매우 강력하게 선회한 듯하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9퍼센트가 ‘모든 미국인들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는 이 수치가 59퍼센트였다.

또, 여론조사기관인 ‘퓨’에 따르면,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에 공감하는 미국인들의 비율이 최근 급격히 늘었다. 소득격차 심화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신디 시핸이 이라크 전비 법안 통과 직후 쓴 ‘공개 편지’는 민주당의 배신에 대한 폭로뿐 아니라 이러한 대중의 급진화와 민주당에 대한 환멸을 새로운 정치적 대안으로 연결하기 위한 진취적 제안을 담고 있었다.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옥죄고 있는 전쟁 체제에 매수돼 그로부터 돈을 받는 ‘양당 체제’에서 벗어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7월 4일 활동가 회의를 열자고 호소한 것이다.

신디 시핸이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한 지금 이 제안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 제안이 실현된다면 미국 진보 운동의 일대 진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신디 시핸의 영웅적 반전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바라건대) 신디 시핸이 돌아올 때까지 그녀가 이룬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미국은 물론 국제 반전 운동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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