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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와 정부 모두 고유가의 주범이다

지난 1월 평균 1천4백10원이던 휘발유 값이 6월 현재 1천7백68원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기름 값이 폭등하자 기름 값 인하를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에 12만 명이나 참가했다.

물론 부시의 더러운 학살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을 감안한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미국의 6배, 일본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와 정유업계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원유 가격이 10퍼센트 오를 때 정유사들의 중간 이윤이 60퍼센트 가까이 폭등한다고 폭로했다.

1997년 유가 자율화 이후 정유사들은 잦은 담합으로 가격을 인상해 왔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잽싸게 국내 가격을 더 많이 올리고 국제 가격이 하락해도 국내 가격은 조금씩만 내렸다.

정유사와 함께 정부도 고유가를 만들어 온 주범이다. 휘발유 소비자가의 60퍼센트가 세금이다. 서민들이 주로 쓰는 기름보일러와 석유난로에 필요한 등유에는 사치품에 부과하는 특소세까지 붙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석유 관련 세금은 25조 9천억 원으로, 전체 세수의 20퍼센트에 달했다. “기름 대신 세금을 주유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정부는 세금 인하는 절대 안 된다며 버티고 있다.

공공재

정부는 “시장 가격 원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비싸면 쓰지 말라’는 협박까지 한다. 이미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가 1천6백만 대를 넘어 휘발유는 생필품과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자동차 한 대에 가족의 생계가 달린 생계형 운전자들은 한 달에 수백만 원까지 나오는 기름값으로 고통받는다. 2005년 한 화물 운송노동자는 기름값 인상 때문에 분신까지 했다.

물론 NGO인 ‘에너지전환’ 대표 이필렬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의 석유 소비가 “미친 수준”일지 몰라도, 주범은 자동차를 가진 보통의 노동자들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한국 전체 석유 소비에서 산업 분야 비중이 43퍼센트(2004년 기준)로 IEA 평균치의 2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휘발유 세금이 리터당 8백69원인 반면,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유에 붙는 세금은 리터당 60원에 불과했다.

교통세·주행세 명목으로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 게 아니라, 기업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부유세를 도입하는 게 옳다. 이 돈으로 대중교통 요금을 대폭 인하하고, 자가용 없이도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대안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늘려 산업의 석유 의존도 자체를 줄여야 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에너지 이용 권리를 박탈당해선 안 된다. 2004년 한 해 동안 1백56만 명이 하루 이상 단전을 경험했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촛불을 켜고 지내다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최근까지 잇따랐다. 13만 5천여 가구(2006년 6월 기준)가 도시가스 공급 중단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이는 전년대비 49퍼센트나 증가한 것이다.

석유·물·전기·가스 등은 누구도 독점해서는 안 되는 공공재다. 따라서 정유사들의 폭리를 보장해주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투쟁과 천연 자원 국유화 바람은 이것이 한낱 꿈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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