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박래군 정책팀장 인터뷰:
“탄압에 맞서 연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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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탄압 상황에 대해 간략히 얘기해 주십시오.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김대중 정부 때 매년 평균 1백 명이다가 노무현 정부 때 매년 줄어서 2005년에 13명까지 줄었죠. 그런데 지난해 구속자가 16명으로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 때부터 구속자가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전교조 선생님들이 구속됐다 나왔지요. 그러나 오히려 전교조 통일위원회와 관련해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평화 사진작가 이시우 씨도 구속돼 있습니다. 인터넷 헌책방 ‘미르북’ 사건도 있습니다. 책 판매를 문제 삼아 [서점 주인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됐었습니다. 심지어 책을 구입한 사람들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총련 관련 사건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재춘 씨 구속 이후 이른바 한총련 배후 조직과 관련해 수사가 확대되고 있지요.
구속자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이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국내적으로는 공안기관들이 대통령 선거라는 상황을 활용해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매년 정기국회 때 특히 경찰청 보안수사대 등이 ‘실적도 없는데 뭣하러 있냐’고 공격을 받습니다.
둘째, 좀더 넓게 보면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 테러방지법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테러를 대비한다는 핑계로, 일반 시민들의 인권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죠. 인터넷 관련 법률을 강화하고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악하려는 게 그런 징후들입니다.
전자든 후자든, 공안기관이 국민에 대한 감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1987년 6월 항쟁이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언론·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는 못했지만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지요.
그러나 그 이후 한총련 수배자들과 강정구 교수 사건 등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들이 계속 터졌습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이 ‘사문화’됐다는 건 성급한 판단입니다. 저조차 그렇게 판단했던 게 정말 실수였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맞서 끊임없이 경계하고 대중에게 폐해를 알려나가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들의 숫자만 보면 국가보안법의 힘이 약화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문화란 어림없는 말입니다. 오히려 사상·표현의 자유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싸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2004년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기 위해 40일 동안 국회 법사위를 마비시켰습니다. 국가보안법은 그 존재만으로도 보수진영의 정신적 지주 구실을 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수구·공안세력들이 완전히 힘을 잃어버릴 때까지,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탄압을 특정 사람들의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왜 모두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보십니까?
NL 진영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을 많이 받아 온 게 사실입니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이 보여 주듯이 북한과의 연관성을 핑계로 꼬투리를 잡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이 상승기류를 타면,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다른 좌파 활동가들에게도 탄압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도 한총련이 탄압받을 때 한총련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제사회주의자들(IS), ‘대장정’ 등 수많은 단체들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졌지요.
사실, 국가보안법 문제만큼 연대가 절실한 것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다른 단체가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해], 신체가 억압당하고 구속당했을 때, 그걸 자신의 문제로 볼 수 있어야 하지요. 그래야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갈라치기하는 저들의 의도에 놀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체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국가보안법은 사상·표현의 자유를 총체적으로 탄압하는 무기입니다. 그런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탄압하는 문제를 일면적인 정파 문제로 보는 건 정말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른바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의 전면에 나서야 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사람들의 사고는 정말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사고가 일정한 틀에 갇히고 있어요.
국가보안법이 정해 놓은 사고의 틀을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상상의 나래를 펴서 다른 세계를 사고하는 것,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