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다. 바리케이드를 쌓아 도로를 봉쇄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연좌 시위도 벌인다.

일부 신문의 논평가들은 이런 학생 시위 물결을 1968년 5월에 비유하거나 1918년 아르헨티나 코르도바에서 시작돼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위대한 대학 개혁 운동에 비유했다.

그러나 이런 비유는 틀렸다. 그리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이 학생들은 급진적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에 반대하는 우익 단체들이 동원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새롭고 더 광범한 전략을 위한 위장 간판일 뿐이다.

그 전략은 5월 27일 차베스가 반(反)정부 성향의 TV 방송국 RCTV의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시작됐다.

차베스 정권에 적대적인 방송은 RCTV만이 아니다. 현재 방송국 열 개 중 대략 여섯 개가 끊임없이 차베스를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방송 프로그램은 통속극, 미국에서 수입한 프로그램, 정부의 이런저런 조처들을 비난하는 군중들을 보여 주는 뉴스와 저질 토크쇼 따위를 뒤섞은 것들이다.

베네수엘라의 대중 매체는 항상 반차베스 동원에서 핵심 구실을 해 왔다. 그것도 매우 노골적으로 그랬다. 2002년 4월 차베스를 제거하기 위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우익 방송들은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위기 의식을 조장하는 뉴스를 끊임없이 내보냈다.

그들은 또, 모든 시위와 행진 뉴스를 교묘하게 편집해서 방송했다. 그것은 라틴아메리카 도처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오늘날 그 방법은 학생 시위를 보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지난주 베네수엘라의 한 신문에는 시위 학생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칭송하는 칼럼 여덟 개와 다양한 기사들이 실렸다. 1968년 5월에 학생들이 우익 방송국의 면허 갱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리라고 상상하기는 정말 힘들다.

언론의 자유?

물론 학생 시위는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특히 칠레와 스페인 정부가 베네수엘라 정부에게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자본가들에게 우호적인 다른 방송국들이 아주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주장은 거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RCTV는 비교적 소규모 방송국일 뿐이다. 대규모 족벌 방송들은 여전히 아무 탈 없이 자유롭게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차베스 지지자들이 통제하는 TV 방송국은 겨우 두 개뿐이다.

지금 상황은 복잡하다. 학생들은 우익들의 게임 ― 차베스 정권을 끊임없이 비난하며 긴장 분위기를 조성해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 에 동원된 앞잡이들이다. 이 점은 이 곳 베네수엘라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연성(軟性) 쿠데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 장군의 쿠데타 전에 사용된 비슷한 전술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베네수엘라의 거대 자본들은 아주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다. 여러모로 차베스는 국내외 자본가들과 협상하기 위해 애를 써 왔다.

물론 차베스를 지지하는 학생들도 많다. 전에는 대규모 국립 대학교들이 노동계급 학생들에게 열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대학들은 항상 혁명적 정치의 온상이었다. 카라카스 중앙대학교는 몇 차례나 폐쇄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대학 자치 옹호가 좌파의 정치 공간을 지키는 투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이 대학들에서는 경쟁과 전문관료화가 심해졌고, 노동계급 학생들의 입학이 훨씬 더 힘들어졌다. 결국 분위기도 완전히 변해서, 오늘날 카라카스 중앙대학교에서는 우익 중간계급 학생들이 득세하고 있다.

차베스는 대학교들을 신설하고 미션 수크레를 실시해 도시 근교의 빈민들에게 교사를 파견하는 등 빈민들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약 50만 명이 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들은 결코 RCTV 구제 요구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