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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를 막아내 진보진영의 도약을 이룹시다”

한미 정부는 결국 6월 30일에 한미FTA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한미FTA 반대 파업을 하는 등 한미FTA 반대 운동도 계속되고 있다. 한미FTA저지범국본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태인 교수를 만나 한미FTA 투쟁 평가와 전망을 인터뷰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얼마 전 급하게 재협상을 끝냈고, 결국 한미FTA 체결을 강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협상 내용은 최강의 FTA입니다. 또 협상 내용에 미래 MFN(최혜국대우)이 들어 있어서 다른 나라에 더 좋은 조건을 주면 자동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미국 FTA의 모범이 될 겁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할 때 이렇게 맺어야 한다는 표준이 되는 거죠. 그 정도로 강한 FTA입니다.

또, 전략적으로 전혀 준비를 안 했고 미국의 전략에 대해서 연구가 안 돼 있었기 때문에 계속 끌려 다녔습니다. 언제나 미국은 막판에 모든 걸 요구하거든요. 협상 이틀 더 하면서 많은 걸 얻어냈고, 재협상하면서 또 얻어내고. 앞으로도 또 협상을 요구할 겁니다. 그런데 질질 끌려 다니면서 모든 걸 퍼준 협상입니다.

이 협상의 결과로 결국 제조업 포함해서 전 산업에 걸쳐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 제조업에서는 이득을 본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 그 결과로 시장 만능의 사회가 될 겁니다.

미국이나 한국 의회의 비준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는 아마 정치 일정이 좌우할 거라고 봅니다. 물론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9월에 [비준을] 시도하겠지만, 한나라당에서 받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다된 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태도 즉 “찬성한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대선까지 끌고 갈 겁니다.

또, 4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통과시키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비준은 빨라도 5월입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로 쉽게 비준을 해 주진 않을 겁니다. 미국은 ‘마지막 살점까지 뜯어먹는 하이에나’이기 때문에 남아있는 자동차나 쇠고기에 대해서 좀더 확실한 보장을 받기 전까지는 비준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동차나 쇠고기는 계속 요구할 겁니다.

우리 정부는 그걸 다 양보해서라도 빨리 하고 싶겠지만, 우리 나라 정치 일정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1년 이상이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총선이나 대선이 들어있는 중요한 시기예요. 전 국민적 토론이 열리기 때문이죠.

한나라당·열우당·통합신당 등은 한미FTA 의제를 묻어버리려고 할 거예요. 그러나 워낙 엄청난 의제이기 때문에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고, 이 점이 한미FTA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됩니다.

지금까지 한미FTA 반대 운동을 평가하신다면?

지금까지 열심히 싸워왔고, 그래서 한미FTA 반대 여론이 한 50퍼센트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머지 10∼12개월을 전략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미FTA의 본질을 국민들이 알기만 하면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대선·총선을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범국본이 잘 해 왔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에 금속노조가 한미FTA 반대 파업을 했고, 정부나 언론들은 정치파업이라고 비난을 했습니다. 또, 앞으로 정부의 탄압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1996년 겨울 생각이 나요. 그 때 김영삼 정부가 공안정국 조성하고 노동악법을 통과시키면서 ‘야, 한나라당 집권이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정부가 어떻게든 한미FTA를 마감하기 위해 탄압에 들어가는 건데, 그게 악수가 될 거예요.

지금까지 언론 등을 장악해 50퍼센트의 지지를 얻고 있었는데, 반대 운동을 탄압함으로써 오히려 왜 이런 FTA를 하는지 본질이 드러날 겁니다.

금속노조가 올바른 결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의 중요한 논거는 “자동차 산업이 최대 수혜 산업인데 왜 반대하느냐, 정치파업이다”는 거죠.

지금까지 노동운동이 자기의 이익만 추구하는 게 문제였다면 이번 파업은 [이를 극복한] 정치파업입니다. 자동차가 수혜산업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죠. 만약 혼다나 도요타 자동차가 저가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물론 금속노조 조합원 전체가 한미FTA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말로는 투쟁을 준비한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파업을 함으로써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논쟁이 촉발되게 만든 것도 성과입니다.

제조업 노동자들도 이제는 한미FTA에 관심을 가져야 됩니다. 그리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도 금속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이 나서야 합니다.

이번 파업이 앞으로 투쟁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지역의 활동가들이 한미FTA 반대 운동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을까요?

이 투쟁은 운동 전체도 그렇고 특히 민주노동당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입니다. 민주노동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최대 이슈이고, 이 이슈를 지역에서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의 여러 현안과 한미FTA를 연결시켜서 그 둘을 엮어내면 앞으로 대선이나 총선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예요.

사실 진보진영의 가장 큰 적은 [대중의] 무관심입니다. 한미FTA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기회를 살리면 진보진영이 한 단계 올라설 겁니다.

이 투쟁은 진보진영이 지역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지역 강연을 여러 번 해봤는데, 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사람을 묶는 역할을 합니다. 그걸 현안 문제로 전환시킬 수만 있다면 지역에서도 뿌리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이번 한미FTA 반대 투쟁은 우리가 이깁니다. 알기만 하면 찬성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상위 10퍼센트를 제외하고는 알기만 하면 반대할 겁니다. 총선·대선이 끼어있다는 것이 행운이죠. 한미FTA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대중에게 대안으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겁니다.

정태인 교수는 ‘다함께’가 주최하는 진보포럼인 ‘맑시즘2007’에서 ‘한미FTA와 한국사회 - 협정문을 파헤친다’(7월 15일 12시)란 주제로 연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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