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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승리해서 역사에 남기고 싶어요”

이 글은 ‘맑시즘 2007’ 행사 중 하나였던 ‘비정규직 차별에 맞선 저항’ 포럼에서 이랜드일반노조의 한 대의원이 연설한 것을 축약ㆍ정리한 것이다.

저는 이 땅의 여성 노동자로, 가정에서는 한 주부로, 아이들의 엄마로 당당하게 살고 싶어서 작게나마 저의 입장을 들려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저희가 왜 싸우게 됐냐 하면, 7월 1일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지도 않은 시점인 5월부터 이랜드 회사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계약 만료됐다는 이유로 하나하나 해고했습니다. 그러다 6월 30일을 맞이하게 됐는데, 우리가 비정규직법을 바꿀 순 없지만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이 시점에서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 뭐랄까 가슴에 울렁거리는 이런 생각이 다 든 거예요. 그래서 우리 1박2일로 한번 총파업을 해 보자 이래서 상암에 모이게 됐습니다. 6월 30일을 지나고 설레는 가슴으로, 뜬 눈으로 7월 1일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었어요. 과연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도로 현장에 들어가서 일을 해야 되는가.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듣고 확답이라도 듣고 가야지 그냥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저마다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회 토론을 거쳐서 그럼 7월 8일까지 파업을 해 보자, 일주일 동안 파업을 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 조합원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7월 6일이 되니까 회사에서는 타협을 하자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갔더니 임금은 동결이고 니네들 농성을 풀어야 우리가 생각을 해서 한 달에 걸쳐서 니네들 요구를 들어주겠다 이렇게 나온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 해결되지 않는 한 나갈 수가 없다, 우리는 손에 뭔가를 쥐지 않으면 절대 돌아갈 수가 없다, 그런 엄마들의 결의가 합쳐져서 파업이 계속된 겁니다.

학살하는 법안

시멘트 바닥에 박스 깔고 잠을 자면서 밥을 먹고, 처음에는 우리가 하루 이틀 하려고 하다 보니까 좋은 도시락을 먹었죠. 소풍 온 기분에 참 좋았습니다. 근데 이틀 사흘이 지나고 보니까 노조는 돈이 많지 않잖아요. 김밥과 라면으로 때우다 엄마들이 ‘우리의 요구를 알려야 되기 때문에, 더 길게 갈 것 같으니까 각자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자’ 하게 된 거예요.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고 이렇게 연대도 많이 해 주시고 지지하는 분들도 많아서 크나큰 힘이 됩니다.

우리는 회사에 절대 급여를 많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예요. 단지 일하고 싶다는 거예요.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고 2년이 넘으면 정규직화를 해 줘야 된다는 그런 것 때문에 회사에서는 미리미리 계약이 만료됐다고 하니까 ‘아, 비정규직 법안이 우리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고 우리를 학살하는 법안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녀들에게도 문제가 된다는 거예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된 딸아이가 있습니다. 제가 딸만 셋이거든요. 4학년 된 딸이 한 학기만 있으면 취업을 해야 됩니다. 그러면 걔가 학교를 나와서도 무슨 일을 하며 얼마만큼 보장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게 걱정이 되더라구요. 지금은 나를 위해서 싸워야 되지만 앞으로는 자녀를 위해 우리가 싸우면서 이 법을 개정해서 진짜 노동자들이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매장을 멈추자

저는 진짜 여기 홈에버에 들어와서 노조를 하면서 투쟁이라든가 단결이라든가 이런 단어를 알았지, 집에 있을 땐 텔레비전에서만 보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내가 일을 하고 내가 직접 느끼니까 이건 우리가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코아에서는 6월 30일 부로 4백 명이 해고됐습니다. 우리 홈에버에서도 4백 명의 해고자와 그만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거기에 다시 비정규직이 3백 명이 늘어났어요. 그럼 무엇이겠습니까? 정규직은 점점 없어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이래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7월 8일 우리가 전국의 20개 매장을 멈추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상암에 어느 정도 인원만 남기고 각자 아침에 자기네 매장에 가서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경찰 병력이 우리보다 먼저 와 있더라구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시간이 흐를수록 한 군데 두 군데 매장이 멈췄다는데 너무 뿌듯한 거예요. 우리가 진짜 뭉치면 안 될 게 없구나. 여성 노동자이기 때문에 한참 숨어서 지내고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벅찬 거예요. 야, 우리가 더 하면 더 큰 걸 따낼 수 있겠다 이런 마음으로 계속 결심을 굳히면서 하고 있고요.

요번에 이 법을 꼭 고치는 데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데서 이 비정규직의 울분이 진짜 국회에 전달되도록 연대해 주시고 단결해 주세요.

지금 이랜드 여섯 명, 뉴코아 아홉 명에게 체포영장이 내려졌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자본주의가 하는 건 정당하고 노동자가 하는 건 불법입니까? 그거 아니지 않습니까. 이게 정부가 할 짓은 아닌 것 같아요. 이 파업을 꼭 승리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면서 다음에 꼭 우리 승리했다는 걸 이런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