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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점령과 파병이 계속되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우려하던 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 한국인 23명 중 배형규 씨가 어제(25일) 저녁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배형규 씨는 냉혹한 노무현 정부의 외면 속에 자신의 생일날 10발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정부가 부추기고 언론이 퍼뜨린 ‘8명이 풀려났다’는 오보 때문에 가족들의 상심과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우리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은 피랍 한국인들이라도 부디 무사히 귀환할 수 있길 바란다.

노무현 정부는 피랍 한국인 살해 사실이 확인된 뒤 “[탈레반의] 만행을 … 규탄하며”, “납치단체가 우리 국민을 희생시킨 데 대한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지병’, ‘건강 악화’, ‘선교’ 등을 들먹이며 배형규 씨 피살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 하지만 탈레반이 배형규 씨를 사살한 것은, 명백히 ‘한국군 철군’과 ‘포로 석방’이라는 요구를 한국 정부와 부시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26일) 기자회견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다함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에게 한국인을 석방시켜 줄 것을 요구한 것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운동의 진정한 표적을 흐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탈레반의 인질 납치·살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피랍 사건의 원인이 된 침략 전쟁 지원과 파병은 바로 노무현 정부가 여론의 반대를 무시한 채 강행한 것이다. 노무현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이번 피랍 사건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탈레반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게다가 피랍 사건 발생 뒤 노무현 정부의 태도는 더욱 냉혹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피랍 사태 초기부터 탈레반이 일관되고 분명하게 ‘한국군 철군’과 ‘탈레반 포로 석방’을 요구했음에도, 노무현 정부는 계속 “탈레반의 요구가 분명치 않다”느니 “몸값을 요구하는 것 같다”느니 하며 탈레반의 요구를 회피하려고만 했다. 딴청을 부리며 23명의 생명을 놓고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한 것이다.

심지어, 어제 오후 탈레반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인질을 살해할 것이라고 심각하게 경고했을 때조차, 정부는 “살해 위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태평스럽게 말했다. 이런 냉혹한 노무현 정부의 태도와 대응이 결국 배형규 씨의 죽음을 부른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의 우두머리인 미국 부시 정부도 이번 비극에 커다란 책임이 있다.

어제 이른 오후까지만 해도 진척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인질 석방 협상이 결렬된 것은 탈레반 포로 석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점령과 파병이 여전히 진정한 쟁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 문제의 열쇠는 부시 정부가 쥐고 있었다. 부시 정부가 사실상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탈레반과의 협상이나 포로 석방을 원치 않았다. 부시는 예전부터 “테러범과의 협상은 곧 굴복”이라고 말해 왔고, 지난 3월 이탈리아 기자 납치 사건 때도 탈레반 포로 석방에 대해 “앞으로는 이런 양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피랍 사태 동안 미국 정부는 탈레반 포로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도리어 미국은 ‘인질 구출 작전’을 시사하며 탈레반을 도발하는 한편 지난 며칠에만 탈레반에 대한 공격과 공습을 계속하며 1백여 명을 죽였다. 이것은 탈레반더러 인질을 빨리 죽이라고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탈레반이 8명을 석방하려고 이동하다가 중무장한 아프가니스탄 군 병력이 자신들을 포위·압박하고 있는 것을 보고 위협을 느껴 되돌아갔다는 보도도 있다.

이 문제에서도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에 단 한 번도 포로 석방을 공식 요구하지 않았다. 23명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부시의 눈치를 보며 시간만 끈 것이다.

결국 탈레반은 “한국 정부의 협상 태도가 성실하지 못하다”고 비난했고,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했다.

인질 1명을 살해한 뒤 탈레반은 “앞으로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 시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탈레반이 원하는 요구 사항은 한국 정부의 권한 밖”이라며 “그저 탈레반과 협상을 연장해 시간을 버는 데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연합뉴스〉) 이미 한 명의 희생을 부른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정부는 피랍가족 비상대책위의 피눈물어린 요구를 받아들여 즉각 철군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정부, 무엇보다 부시 정부에게 탈레반 포로 석방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인질이 살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또한, 나토군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의 ‘인질 구출’ 군사작전에 대한 반대를 공식 표명해야 한다. 지금 언론에서는 피랍 한국인 1명이 살해된 뒤 나토군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알자지라〉는 병력이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했다.

이러한 시도는 남은 22명의 목숨까지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 정부는 이런 시도를 막고 어떤 경우에도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제국주의 패권 전쟁과 점령 지원 파병을 통해 ‘실리’를 얻고자 23명의 생명쯤은 아랑곳하지도 않는 두 범죄자 노무현과 부시의 냉혈하고 잔인무도한 짓을 목격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파병 정책 때문에 김선일 씨, 윤장호 병장에 이어 또 한 명의 죄 없는 한국인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반전 운동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즉각 철군과 포로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추악한 ‘테러와의 전쟁’과 전쟁 지원을 끝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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