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또 한 명의 추가 살해 소식에 충격을 가눌 길이 없다. 희생자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우리는 탈레반이 피랍자들을 더는 살해하지 않기를 바랐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결코 정당한 저항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피랍자들의 죽음에 대한 근본적 책임은 한국 정부에 있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을 7년째 점령하면서, 수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수백만 명을 고통에 빠뜨린 부시 정부를 돕고 있어서 한국 민간인들이 탈레반에 의해 납치됐다. 노무현 정부가 남의 나라를 점령하고 있지 않다면 무고한 한국인들이 납치·살해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군을 즉각 철군하겠다’는 약속도, ‘미국 정부는 포로 교환 요구에 응하라’는 촉구도 하지 않았다.
최근 대통령 특사 파견은 진지한 노력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 쇼였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재정의 90 퍼센트를 미국에 의지하고 미군의 보호를 받는 꼭두각시 정부다. 모든 실질적 결정을 미국 정부가 내리는 마당에,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대통령과 각료 몇 명을 만나는 것이 어떻게 실질적 해법일 수 있겠는가.
미국 정부는 두 번째 피랍자 피살 후에도 “미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지만, 부시 정부에도 엄연히 책임이 있다.
포로 교환은 전쟁에서 일상적 행위인데도 부시 정부는 탈레반의 포로 교환 요구를 계속 거부해 피랍 한국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부시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시종일관 포로 석방에 반대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시 정부는 최근 탈레반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강화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것이 피랍 한국인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부시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인질 구출을 내세운 군사 작전 기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난 한 주 동안 미군 특수부대와 나토 부대가 출동 대기중이라는 보도가 계속 흘러나왔다. 어제 아프가니스탄 내무장관은 대화에 실패하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쟁광들은 탈레반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이는 피랍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따름이다.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레반 포로 교환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고,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나머지 피랍자들의 생명도 위협받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점령 정책을 고수한 채, 다른 데로 책임을 돌릴 궁리를 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정부는 피랍 초기에 “공격적 선교”에 책임을 떠넘겼던 것처럼 이번에는 주류 언론의 도움을 빌려 무슬림에 대한 마녀사냥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미 서울 이슬람교중앙회에는 이슬람 사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종교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책임은 제국주의 점령과 파병 정책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 운동은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반전 운동은 노무현 정부가 피랍자 석방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취하도록 압박하고 이슬람 마녀사냥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부시와 노무현의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해 모든 점령의 종식을 요구해야 한다.
2007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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