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노동자들의 비참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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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경기도 의왕시 원진산업(화장품 용기 제조업체)에서 코팅가열기가 폭발하면서 불이나 6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모두 60∼70대 할머니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비상구도 없는 낡은 건물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2명의 할머니는 3층에서 뛰어내리다 유리창에 찔려 죽었다.
할머니들은 죽기 전에도 끔찍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었다. 인화성 물질과 유독가스가 가득한 공장은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곳이었다. 할머니들은 “항상 두통을 달고 사셨다.” 이런 곳에서 잔업까지 하루에 10∼12시간씩 주말도 없이 일했다. 그렇게 일하고도 임금은 80∼90만 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할머니들은 병원비를 쓰고 집안의 생활비를 보태야 했다.
그래서 한 유족은 “노인네라고 무시당하고 혹사만 당하다가 돌아가셨다” 하고 목놓아 울었다. 다른 유족은 “신경통과 관절염으로 고생하면서도 진통제를 맞으며 계속 일을 했는데, 평생 일만하다 죽은 우리 언니 불쌍해서 어떻게 해” 하고 통곡했다.
이 같은 저임금과 악조건은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노동부와 경찰은 여기까지 신경쓸 수 없었을 것이다. 뉴코아·이랜드 파업에 서 아줌마 노동자들의 ‘불법점거’를 비난하고 두 번이나 경찰력을 투입하는 등의 일에 바빴을테니 말이다.
고령 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악조건은 이 사회에서 일반적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의 월평균 노동 시간은 전체 평균보다 37시간이나 많고, 월평균 급여도 85만 원에 불과하다.
이번 참극은 노무현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밑바닥 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 줬다.
“우리 자식들에게 이런 거지같은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싸우는 뉴코아·이랜드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과 승리야말로 이런 비극을 없애는 길의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