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과 저항:
“연대의 힘으로 저항해 나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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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송파구청 민원봉사과 전화안내실에서 2002년부터 2007년 6월 30일까지 근무해오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일을 앞두고 계약기간 만료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떻게든 계약을 연장해 보려고 계약이 만료된 7월 2일부터 출근투쟁을 시작했는데, 근무하지 못하도록 갖은 방법이 동원됐지요. 인간적 모욕과 멸시를 주고, 사무집기를 모두 밖으로 빼내 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놨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의자만 가져다 놓고 앉아 근무하려 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유리문을 모두 떼어 버렸고, 시끄러워 전화 받기 힘든 상황이 돼 버리자 아예 전화선을 옮겨 민원봉사과 과장님 옆으로 이동 배치시켰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저와 함께 근무해오던 동료들을 이용해 저를 밀어내기 시작했어요.
결국 출근투쟁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지요.
저로서는 죽을 만큼 힘든 일이었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공공부분 비정규직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필사의 각오로 정의와 진실 앞에 뛰어들기로 마음을 굳게 다졌습니다.
힘과 권력을 믿고 법을 그르친 적 없다며 완강히 버티던 구청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해 지금은 어느 정도 합의돼 가는 과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잘못 시행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한번 두번 다른 집회장소를 찾아다니면서,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시대적 흐름들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희망의 빛
뉴코아·이랜드 투쟁의 현장에 함께 하면서 내 상황과 너무나 비슷함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나의 일이로구나! 특히 초등학교 3학년 어머님의 “비정규직은 나의 세대에서 끝나야 된다”는 말에 공감과 감동을 받았고, KTX 단식투쟁 현장에 가서는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하면서 비참한 현실 앞에 참담함을 느꼈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힘이 솟구쳤습니다.
소박하게 진실되게 가정에 충실하면서 집회가 무엇인지, 저항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왔던 삶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바라보게 됐어요.
힘이 약한 자들과 함께 하는 세력들을 만나고, 정의와 진실을 부르짖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강자에 맞서 저항해 나가는 이들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힘있는 자들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 놓고 잘못 시행해 나가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힘없는 사람의 수를 하나, 둘, 셋, 넷… 서로 모아 힘있는 자들의 수보다 많게 해 비정규직 보호법의 모순을 수정·보완해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노동의 대가를 올바르게 평가받고 대우받는 아름다운 세상을, 가진 자와 부족한 자가 서로 나눌 수 있는 복된 삶을, 한곳에 편중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멋진 사회를 꿈꾸며, 연대의 힘을 이루어 희망의 나라를 고대하면서 대항해 나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