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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불법’ 신분을 이용해 돈 떼먹는 사장

며칠 전 내가 일하는 복지센터에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와심(가명)이 찾아왔다. 그는 3년 동안 일한 공장에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사장님이 바쁘다고 하면 휴일도 안 쉬고, 명절에도 크리스마스 때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월급도 더 안 줬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우리 공장엔 냄새가 많이 나요.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약을 안 먹으면 일을 못해요.”

그는 주머니에서 손때 묻은 작은 약통을 보여 줬다. 두통 약이었다. 이 약을 6개월째 매일 먹으면서 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와심이 공장을 뛰쳐나온 이유는 일이 힘들어서도, 몸이 아파서도 아니었다. 사장 아내가 자신의 돈을 훔쳤다는 것이다.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옷 주머니에 있었던 50만 원이 사장 아내와 함께 사라졌다고 했다. 이를 증명할 길도 없고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서 속앓이를 하다가 그냥 뛰쳐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20일 정도 일한 임금이라도 받을 수 없겠냐고 했다.

나는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임금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자 사장은 와심이 “‘불법’[체류자]인 걸 아냐. 오기만 하면 출입국에 신고해 버릴 테니, 직접 와서 받아가라”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그 놈 집을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후 와심은 임금도 받지 못했고, 도망치듯 이사했다. 노무현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낳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