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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
노무현 정부는 더는 죽음을 방치하지 말라

탈레반의 추가 살해 위협이 다시 시작됐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의 미온적 태도 속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노무현 정부와 탈레반의 대면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탈레반 측 협상자는 “인질과 맞교환될 탈레반 수감자의 숫자를 줄이거나 그 명단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탈레반 최고지도위원회로부터 위임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우리는 [포로] 석방 권한이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결국 탈레반은 “한국 측이 인질 2명 석방 뒤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예전같지 않고”, “이렇게 협상에 미온적이라면 남은 인질 1~2명을 더 살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김장수가 한국을 방문한 미국 합참의장 피터 페이스를 만나 감사를 표한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부와 미국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협조해 준 데 대해 감사하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탈레반을 “학살자”라 부르고, 탈레반과 “타협은 없다”며 한국인의 생명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강경책도 일부 압박 효과를 [내서]” 2명이 석방됐다고 하지만, 강경책의 진짜 “효과”는 배형규·심성민 씨의 죽음이었을 뿐이다.

최근 미군은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다”며 대규모 탈레반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점령의 비극을 심화시킬뿐 아니라 한국인 피랍자들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지지부진

노무현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 발표로 피랍 사태가 가려지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추가 살해 소식이 회담 개최의 빛을 가리지 않도록 요행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피랍 사태 속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된 것은 노무현 정부의 모순과 위선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보장할 수 있는 간단하고 확실한 조처를 즉각 취해야 한다. 그것은 우선 즉각 철군을 선언하는 것이다.

즉각 철군은 한국 정부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프랑스 기자가 납치됐을 때 프랑스 정부가 즉각 철군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하자 탈레반은 포로 교환 요구와 상관없이 피랍자들을 풀어 준 바 있다(프랑스 정부는 나중에 이 약속을 어겼다).

또, 노무현 정부는 미국 정부에 포로 교환 수용을 요구해야 한다. 9월 초 APEC 회의에서 노무현은 부시를 만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 이 때까지도 포로 교환 얘기가 없다면 노무현 정부는 큰 분노와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피랍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코 평화의 사도 행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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