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며칠 전 민주노동당 노동조합(이하 상근자 노조) 성명서를 읽고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상근자 노조는 ‘상근자 임금체불, 우리는 노동자의 희망입니까?’라는 성명서에서 “7월분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그에 상응하는 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박성수 같은 악덕기업주 … 와 당의 지도부가 도대체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도 했다.
민주노동당의 재정 위기로 인해 상근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사업비마저 제때 지급되지 않는 것은 물론 안타까운 일이다. 나도 같은 상근자로서 카드빚을 돌려막으며 일해야 하는 처지와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의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랜드 노동자들과 연대해 박성수에 맞서 투쟁해 온 당 지도부를 “박성수와 다를 게 뭐냐”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상근자 노조의 이런 언행이 부르주아 정치권과 보수 언론에게 민주노동당 공격 무기로 이용될까 봐 걱정된다.
임금 체불은 당의 재정 위기와 함께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이 힘을 모아 세액공제와 특별당비를 더 적극적으로 호소·조직하는 것이다.
나는 상근자 노조가 당 지도부와 상근자의 관계를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과 운동의 성장보다는 상근자들의 ‘직위 보존과 수입’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상근자 노조의 ‘실력 행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지금 알 수 없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지금이 뉴코아·이랜드 투쟁,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대응, 대선 준비 등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