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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평:
레 미제라블

“관객들의 반응도 매우 강렬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 중에 눈물을 훔쳤고, 공연에 대해서 냉담하기로 유명한 한국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자 모두 기립,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을 정도였다.” 1996년 〈레 미제라블〉 공연 당시 〈코리아 헤럴드〉의 기사다. 이례적이던 한국 관객들의 긴 기립 박수는 2002년에 다시 재현되고 있다. 빅토르 위고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세계를 울린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공연이 7월 13일부터 시작됐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의 삶이 개선되기를 희망하며 인류의 진보를 위해 싸웠고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섰다. 그런 빅토르 위고가 1820∼1830년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레 미제라블》(가난한 사람들)을 썼다.

《레 미제라블》은 한국에서 《장발장》으로 알려져 권력자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부르주아 도덕 관념을 위한 계몽서로 이해됐다. 2002년 한국에 상륙한, 프랑스 혁명 정신을 충실히 표현한 이 위대한 뮤지컬을 본 나는 이 나라의 천박함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레 미제라블〉은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도둑질하지 말고 착하게 살자’는 교훈을 내리는 《장발장》을 진정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았다.(지금까지의 장발장의 내용만 생각하고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당황하지 않았을까?)가난한 사람들(레 미제라블)은 장발장, 코제트, 판틴, 에포닌 등의 인물로 상징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시무시한 법 집행이나 권력의 처벌이 아니라 관용·자비·교육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장발장을 변하게 한 것은 자베르가 아니라 미리엘 주교의 자비다. 위고는 미천한 신분의 코제트가 훌륭한 숙녀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려 했다.

이것은 개인을 희생양 삼아 체제의 무기력함을 감추려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작품에서 감동받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다.

우리를 더 흥분시키는 것은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바리케이드 장면이다.

학생들은 라마르크 장군이 죽자 민중이 봉기하리라 기대하며 바리케이드를 세운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학생들과 가난한 사람들은 새 시대를 희망하며 혁명의 노래를 부른다.

2백여 년 전 바리케이드 앞에 선 사람들의 열망·열정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재현돼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마리우스의 사랑과 혁명에 대한 갈등에서, 마리우스가 만류했지만 혁명에 가담하다 목숨을 잃는 에포닌의 행동에서, 탄약을 구하려다 총에 맞은 가브로쉬가 외치는 한마디에서, 동지들을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은 마리우스의 비통한 노래에서 ….

물론 위고는 근본적 사회 변혁을 바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레 미제라블〉에서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의 혁명에 대한 열정은 위고 자신의 사상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어가는 장발장, 판틴, 에포닌, 바리케이드에서 죽어간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합쳐지며 새 시대를 바라는 민중 혁명의 노래를 부른다. 바로 이 장면에서 기립해 정신없이 박수를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의 빼어난 가창력, 연기력, 뉴욕에서 직접 날라온 70톤의 생동감 있고 웅장한 무대 장치, 장엄하고 빠른 장면 전개,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벅찬 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을 달래는 뮤지컬 음악, 이 시대 뮤지컬 대가들의 혼으로 이뤄진 감동의 무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세계를 울린 세계 최고의 뮤지컬 〈레 미제라블〉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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