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주식시장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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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주 동안 세계 금융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충격은 수많은 가난한 미국인들이 모기지[주택 담보부 대출]를 상환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로 촉발됐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시장은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팔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모기지들은 한 묶음으로 묶여 월스트리트에서 판매될 수 있는 채권으로 변환됐고 많은 금융기관들이 투기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모기지에 기초한 이러한 ‘투자’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점이 명백해지자 시장은 폭락하기 시작했다.
핵심 투기세력의 다수가 은행들인 것으로 드러났고 이 때문에 은행들이 갑자기 서로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른바 ‘자금 시장’ ― 은행들 사이의 단기 대출 [시장] ― 에서 자금이 고갈돼 전체 [금융] 체제가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많은 논평가들은 뒤이은 혼란을 십 년 이상 낮은 이자율과 손쉬운 대출에 의존해 온 체제를 ‘교정’할 기회로 묘사했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시장이 자체 조정 능력을 지녔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정’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러한 “교정”을 통해] 무모한 투자를 일삼는 자들을 벌하는 한편 체제의 나머지가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신적 자유시장주의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한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동안 대출이 너무 쉬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화(淨化)를 환영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우량 은행들이 도산하고 우량 기업들에게 돌아갈 자금마저 고갈된다면, 건전한 경제 부문들도 대규모의 파괴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자유시장주의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 중앙은행과 각국 정부들은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은행권에 막대한 돈을 퍼부었다. 48시간 동안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3천2백30억 파운드 상당의 저금리 자금을 투입했다. 이것은 영국 경제의 연간 총 산출액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혼란
이러한 혼란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나머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확실치 않다. 1929년 월스트리트 공황과 [그에 뒤이은] 1930년대의 대공황과 비교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이 붕괴해도 ‘실물’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상황이 심각한 건 분명하다. 1990년대의 많은 금융 위기들과는 달리, 이번 위기는 미국, 즉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경제에 집중돼 있다. 또한, 이것은 자본주의가 직면한 더 심원한 문제들을 반영한다.
이러한 혼란들은 거의 1백50년쯤 전에 칼 마르크스가 “의제자본”이라 부른 것의 성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실물” 경제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분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고용해 임금을 지불하지만, 통상 그 임금은 노동자들이 창조하는 가치에 훨씬 못 미친다.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생산하지만 자본가들이 가로채는 초과 가치를 “잉여가치”라고 불렀다. 이윤의 원천이 바로 바로 이것이다.
또한, 자본가들은 서로 분열돼 있고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경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자신의 이윤 중 일부를 새로운 기계와 장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경쟁한다. 마르크스는 이 과정을 자본축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만약 자본가들이 당장 자신의 이윤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거나, 투자는 해야 하는데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이나 주식 거래소 또는 그와 비슷한 다른 기관들은 어떤 자본가들에게는 투자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다른 자본가들에게는 이윤을 지출할 투자처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자본가는 나중에 투자할 생각으로 은행 계좌에 돈을 비축해 둘 수 있다. 그러면 은행은 그 돈을 지금 투자하길 원하는 다른 자본가에게 빌려줄 수 있다.
금융 체제는 자본주의에 필수적이지만 또한 불안정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윤율이 급락하거나 시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공황이 체제 전체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따라서 은행과 신용은 자본주의적 생산이 그 한계를 뛰어넘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공황과 협잡의 가장 유능한 매개체 중 하나가 된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자산은 독자적 생명을 지닌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시티[런던 시내의 금융가 ― 역자] 같은 곳에는 부자들이 주식·채권·외환 또는 그 밖의 다른 엄청나게 다양한 투자 상품들에 투기할 수 있는 거대한 자본주의적 도박장이 성업중이다.
이런 활동들은 새로운 부를 창조하거나 생산을 확대하지 않는다. 그러한 활동들은 이미 노동자들에 의해 창출된 이윤을 가지고 벌이는 노름에 불과하고 따라서 궁극적으로 실물 경제의 건강성에 의존한다.
그러나 시장은 한동안 실제 이윤율로 뒷받침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까지 과열될 수 있다. 이것은 언젠가는 꺼지게 될 투기적 거품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1990년대에 미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주식시장 거품이 형성됐다. 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와 전혀 이윤을 낸 적이 없는 첨단 “닷컴” 기업들에 투자됐다.
2000~2001년에 거품이 꺼졌을 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자율을 대폭 인하했다. 그러자 저금리 대출 덕분에 주택 시장에서 새로운 거품이 형성됐다.
개인 대출도 크게 늘어서 올해 초 무렵이 되자 미국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중 18퍼센트 가량이 부채를 갚는데 사용됐다.
서브프라임 소동은 주택 거품에서 시작됐다. 모기지를 감당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팔아 치우고 나자 이제 중개인들은 모기지를 감당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도 모기지를 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결과 발행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들은 한 데 모아진 뒤 작은 빚 꾸러미들로 잘게 쪼개졌고, 그 중 어떤 것들은 다른 것에 비해 훨씬 위험성이 컸다. 그리고 나서 이들은 좀더 안전한 대출들과 한 데 묶어 “부채담보부채권(COD)”과 같은 뜻 모를 이름을 지닌 매우 복잡한 금융 상품들을 만들어냈다.
은행·헤지펀드·사모펀드 회사들은 이런 상품들을 위험 부담이 적은 투자 대상으로 믿고 죄다 투기에 뛰어들었다.
금융 기관들이 자신들의 투자[한 상품]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 또는 그들이 얼마나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지 ― 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상환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뒤였다.
미국 모기지 시장과 뚜렷한 연관이 없는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불안감이 급증하면서 다른 비슷한 복합 투자 상품들과 사람들이 그러한 투자 상품들에 투기를 할 수 있도록 엄청난 양의 자금을 대출해 준 은행들도 우려의 대상이 됐다.
‘펀더멘틀’
그로 인한 혼란 속에서 논평가들은 “경제의 펀더멘틀[토대]은 튼튼하다”고, 즉 실물 경제는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다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해왔다.
[그러나] 진실은 더 복잡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엔진에 의존해 성장하고 있다.
1980년대에 미국 기업들은 일본 같은 경쟁자들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것은 미국 노동자에 대한 착취율의 엄청난 증대를 뜻했다. 오늘날 미국 노동자들은 1970년대와 비교해 연간 1주일을 더 일하고 실질임금은 더 적게 받는다.
이윤율이 상승하면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개인과 기업 모두가 계속 빚을 내 [투자를 하며] 주식 시장과 자산 시장에 거품을 형성했다. 미국 정부 또한 모두 8조 5천억 달러 ―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의 3분의 2에 이르는 규모 ― 에 달하는 엄청난 부채를 졌다.
그러나 미국과 전 세계 이윤율은 1950∼60년대의 자본주의 ‘황금기’에 비해 여전히 훨씬 낮다.
이윤율은 자본주의 체제 동학의 핵심에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자본주의의 자기 팽창” ― 즉 투자로부터 높은 수익을 얻는 것 ― 은 “자본주의적 생산의 목적”이고, 따라서 이윤율의 하락은 “자본주의 생산과정에 대한 위협이다.”
비교적 낮은 이윤율과 반복되는 “경기 순환”은 늘 자본주의의 골칫거리였고, 1974·1980·1990·2001년에 불황을 낳았다. 또한 그러한 불황 때면 투자자들이 실물 경제에 투자하지 않고 이윤을 얻으려 하는 탓에 온갖 종류의 투기 활동이 폭증했다.
중국의 성장이 실질적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중국의 성장은 수출, 특히 미국 시장에 대한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은 막대한 양의 달러를 보유하게 됐고, 이 돈을 다시 미국에 빌려준다.
이러한 선순환은 미국 경제의 ‘건강’, 더 정확히 말해 미국, 즉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이 그들의 실제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의향이 있는가에 달려 있다.
중국 경제 내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투기가 존재한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상장 주식 가치는 2005년보다 3배로 뛰었고, 자본가들의 투자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시장에 몰린 탓에 중국 대출의 50퍼센트 가량이 부실 채권이 됐다.
만약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슬쩍 그 가능성을 비쳤듯이 미국이 불황으로 나아간다면 중국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에 기계류를 판매한 일본과 독일 경제뿐 아니라, 석유·주석·니켈 등 천연자원을 수출해 온 국가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 중 어떤 일도 필연적이지 않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를 “운영”한다는 자들이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은 분명하다.
IMF의 서열 2위 관리인 존 립스키는 최근에 이렇게 말했다. “[금융 혼란은]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 틀림없다. … 둔화가 급격할지 완만할지, 또는 일시적일지 더 장기적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영국 경제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신노동당 정부 아래 영국의 금융과 기업 서비스 부문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이 부문들은 오늘날 전체 경제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2006년 경제 성장률의 거의 절반이 이러한 부문들 덕분이었다.
영국의 일자리 다섯 개 중 하나가 이 부문에 있고, 런던은 갈수록 스스로를 “거대 단일 헤지펀드”라고 선전한다. 세계 시장이 침체하면 영국은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부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저지른 실수의 대가를 떠넘기려 들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위기가 부자들이 운영하고 덕을 보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이고 부자들이야말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분명히 주장해야 한다.
출처 : Socialist Worker 2066호 www.socialistworker.co.uk/issue.php?issue_id=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