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배신과 개악으로 뒤덮인 지난 노무현 집권 5년 동안, 이회창이 싫어서 노무현에게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손가락을 자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구역질나도 다시 한번’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한겨레21〉 679호에 ‘한국의 랠프 네이더는 필요 없다’는 글을 쓴 김기원 교수가 그렇다.
김 교수는 “가장 진보적 후보를 택한 [결과] … 가장 보수적인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뻔한 협박을 하며 “솔로몬의 재판에서 칼로 아이를 잘라서 반씩 가지라는 판결에 진짜 엄마가 양보”했듯이 민주노동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진보파 후보 랠프 네이더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그놈이 그놈이라며 선거를 끌고 나가 부시의 당선에 한몫했다. 그 결과 이라크 전쟁이 벌어지고 … 서민의 복지는 악화됐다. 이런 게 과연 별거 아닌 차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도 바로 그 “이라크 전쟁”과 “서민 복지 악화”를 지지했다. 2006년 중간 선거 승리로 상·하원을 장악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노동계급이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못하고 대자본가들의 오른팔(공화당)과 왼팔(민주당)에 번갈아 휘둘리는 미국 정치의 절망적 상황은 극복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일부 장관 자리” 등을 얻어내며 범여권과 단일화 거래를 하는 게 “입지가 확대되는 [길]”이라는 김 교수의 충고는 진보정당을 기성 정치의 부속물로 전락시키며 입지 확대를 가로막는 말인 것이다.
친제국주의·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이란성 쌍둥이 중 하나를 찍는 표가 ‘사표’다. 반면 진보정당 성장의 기초를 놓는 표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사기를 고양하며 지배자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표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이 전쟁과 신자유주의라는 칼로 우리를 내려치는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단결된 투쟁과 민주노동당 지지 운동을 건설하는 게 진정한 ‘솔로몬의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