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은 남북 국경을 넘는데 민중은 왜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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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우익 탈북자 단체들과 달리 대다수 평범한 탈북자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했다. 한 탈북자의 말처럼 “하루빨리 부모님도 만나고 통일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한 자유왕래 같은 의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에도 탈북자들의 목숨 건 탈출 시도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9일 탈북자 4명이 베이징 한국국제학교에 진입했다. 이들은 옥상까지 추격해 온 중국 공안에 폭력 연행됐다. 최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준비를 명분으로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려 한다. 이미 탈북자 10만 명을 색출해 강제 북송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남한 정부는 중국 공안이 한국 외교관을 폭행한 것에는 항의했지만, 동시에 “한국국제학교는 외교적 보호권이 없는 시설”이고 “중국 공안은 법 집행을 한 것”이라며 사실상 탈북자들을 외면했다.
그러나 통일을 지향하며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는 정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남으로 오고자 하는 북의 인민을 냉혹하게 외면하는 것은 완전한 모순이다. 분단 때문에 오도가도 못했던 남북한 민중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왕래할 때 분단은 진정으로 허물어질 수 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탈북자 수용이 남북 화해와 관계개선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한다. 북한 체제 비방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 교류와 협력을 정권 차원의 일로만 협소하게 이해한 소치다.
실제로 노태우 정권의 7. 7선언(1988년) 이래 남북 교류와 왕래는 권력자들의 전유물이거나 엄격한 통제 아래 이뤄져 왔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불안정이 가져올 탈북 사태와 그에 따른 통일 비용이 두려워 자유왕래를 가로막고 사실상 통일을 수십년 뒤로 미루고 있다. 진보진영은 남한 정부의 탈북자 정책의 이런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탈북자들의 대다수는 평범하고 가난한 북한의 노동자·민중이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관리직·연구원 등 전문직 이상의 비율은 고작 2.8퍼센트였다. 진보진영은 ‘상호 체제 인정’ 논리를 앞세워 탈북자의 고통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한 민족, 같은 노동자·민중으로서 그들을 따뜻하게 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