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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지도부의 어처구니없는 협박

대선 때 지지할 후보를 선정하는 조합원 총투표를 추진중인 한국노총 지도부는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한국노총에 비판적이었던 태도를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선정 대상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정치위원회가 제출한 14대 요구안을 보면 민주노동당에는 있고 다른 정당에는 없는 정책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한국노총]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2005년 1월)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민주노동당을 배제한 채 치뤄지는 투표는 기성정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쇼’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사과를 요구한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해 9월 “한국노총이 노사발전재단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바꿔먹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은 비판으로, 전혀 사과할 일이 아니다.

한국노총 지도부가 정리해고 요건 완화와 노동3권 제약을 담은 노사관계로드맵을 정부와 ‘야합’한 것은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꽂는 심각한 배신 행위였다. 그 직전에는 비정규직을 확대·양산하는 비정규직 악법에 동의하는 배신을 저질렀다.

이런 배신의 보상으로 한국노총 지도부는 경총과 노동부한테서 수십억 원을 지원 받아 노사발전재단을 만들 수 있었다.

둘째, “노총 위원장인지 경총 위원장인지 모르겠다”고 한 비판도 옳았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은 경총 회장과 함께 뉴욕 월가에 찾아가 기업주들에게 ‘투쟁 안 할테니 투자해 달라’고 읍소해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뭉개버리지 않았는가?

한국노총 지도부의 사과 요구는 앞으로 이런 ‘야합’과 배신에 침묵하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선동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이런 한국노총 지도부를 찾아가 공식 사과한 것은 매우 아쉽다.

이 사과가 당시 한국노총 지도자들의 배신에 분노한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이다. 한국노총 조합원 중에도 지도부의 태도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꽤 있을 텐데 말이다. 민주노동당은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느끼는 압력이 크더라도, 비판을 거둬들이기보다 이런 한국노총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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