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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정치적 대화를 가로막는 ‘순수 혁명’의 잣대

오세철 교수는 〈한겨레〉에 베네수엘라 ‘혁명’을 폄하하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그 글을 읽고 있으면 그가 베네수엘라의 구체적인 상황을 검토해 보기는 했는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그는 지난 5월 말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진 대학생 시위에 매우 호의적이다. 이 시위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밑에서부터 솟아오른 계급투쟁”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위는 차베스가 우파 성향의 반(反)정부 TV방송국 RCTV의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에 반발해 시작됐다. 시위의 주축은 중간계급 우익 학생들이었고, 차베스에 반대하는 우익 단체들이 이들을 동원했다. 차베스가 신설한 대학교를 무상으로 다니게 된 수많은 빈민층 학생들은 이 시위에 결코 동참하지 않았다.

오세철 교수는 그동안 추진된 개혁들의 성과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차베스와 차베스주의를 마르크스주의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딱 잘라 비판받아야 한다. ‘21세기 사회주의는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21세기 사회주의

차베스가 말하는 사회주의의 의미가 분명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21세기 사회주의’ 담론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것을 넘어 대안 건설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한 촉매제 구실을 했다.

오세철 교수가 이런 의의를 전혀 사주지 않고 비판에만 골몰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반미 민족주의 세력”이 “또다시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국제적 투쟁과 진정한 사회주의 건설을 잘못 이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최근 차베스의 개헌을 둘러싼 논쟁에 베네수엘라 대중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모습은 ‘21세기 사회주의’나 ‘민중권력’의 진정한 내용과 형태를 찾아나서는 대중의 역사 개입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 준다.

결국 오세철 교수는 “‘혁명’도 차베스가 계승하고자 하는 볼리바르 혁명, 곧 집합생산자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과 미제국주의 반대를 뜻한다면 그것은 사회주의 혁명과 관련 없는 민주혁명, 부르주아 혁명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집합생산자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은 사회주의의 필요조건이다. 베네수엘라의 문제점은 현재 주민자치평의회의 운영 실태가 보여 주듯이, 주요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세력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아 민주적 의사결정이 좌초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올바른 태도는 “집합생산자에 의한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모든 노력에 지지를 보내면서, 동시에 그것이 더욱 효과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생산과 분배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민중권력 기관이 창출돼야 함을 제기하는 것이다.

또, 국제주의 원칙에서도 세계자본주의를 수호하는 데 일등공신인 미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차베스가 진정한 개혁을 제공할 때는 그를 지지하며 대중들의 의식과 발을 맞추면서 ‘볼리바르 식 혁명’이 내포하고 있는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 그것이 베네수엘라의 운동들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진지한 정치적 대화를 추구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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