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스러운’ 문국현과 ‘가치 연정’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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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범여권 단일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문국현과 조만간 만나겠다고 한다.
문국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권영길 후보의 고민은 계속돼 온 듯하다. 문국현의 지지층이 권영길 후보 지지층과 일부 겹치고 있고,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문국현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까지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을 둘러싼 설명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권영길 후보는 “이명박 후보 집권을 공동 견제하자는 취지에서 진보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역겹기 그지없는 이명박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짝퉁 한나라당’인 범여권의 집권도 저지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승리를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범여권의 일부인 문국현은 우리의 연합 대상이 될 수 없다.
문국현은 “과거 정치적 굴레에 연연하지 않겠다”, “친노인지 반노인지 구별은 불필요하다”, “이미 나를 중심으로 [범여권이] 단일화됐다”며 범여권 후보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국현과 연합 시도는 범여권과 연결되는 다리가 될 수밖에 없다.
‘다함께’ 등이 주장해 온 ‘진보대연합’의 대상은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이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를 추진해 온 범여권은 진보대연합의 대상이긴커녕 투쟁의 대상일 뿐이다.
물론 권영길 후보는 “가치의 연정”을 말하며 무원칙한 연합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권영길 선대위의 박용진 대변인은 “일종의 정책 검증”을 위한 만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국현의 정책은 이미 상당 부분 검증됐다. 범여권의 일부답게 문국현도 ‘놈현스러운’ 잡탕 정책을 보여 주고 있다. 진보의 핵심적 잣대라고 할 수 있는 한미FTA, 파병, 국가보안법, 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부터 그렇다.
문국현은 “WTO 하에서 FTA는 당연한 순리”라는 입장이다. 한국군 해외 파병도 “전투병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한다. 국가보안법도 “북미수교라는 빅뱅으로 … 통 크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넘어갔다.
물론 비정규직 문제에서는 전향적이다. 그러나 포항건설노조와 하중근 열사에 대해 “포스코가 직접 고용한 사람들은 아니다”하고 말하는 것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된다. 더구나 유한킴벌리도 청소·소각·운송 등의 업무는 외주화해서 비정규직을 쓰고 있고, 2005년에 김천공장에서는 화물연대 소속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을 해고했다.
그 밖에도 신자유주의를 선도해 온 ‘세계경제포럼’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인 ‘세계사회포럼’ “두 쪽을 다 갈 수 있다”고 하는 점,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우파 신자유주의 정부를 찬양하는 점, 한나라당 소속 서울시장 오세훈을 “굉장히 진보적인 분”이라고 찬양하는 점도 ‘놈현스럽’다.
이미 문국현은 노무현 정부가 “개혁해야 할 방향과 기초작업을 제시[했다]”며 칭찬한 바 있다. 따라서 “문국현은 결코 노무현의 왼쪽에 있지 않다”는 노회찬 의원의 지적이 옳다.
권영길 선대위도 “문국현 전 사장의 시대정신은 기업가의 시대정신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문국현도 “[민주노동당이] 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며 “기업 없이 근로자 없고,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살 때 사회와 국가가 발전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권영길 후보를 만나겠다고 말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를 만나서 이런 황당한 충고나 하면서 ‘진보적 이미지’나 덧칠하려는 게 문국현의 의도일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런 의미없는 만남과 연대 모색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보다 진보진영의 대표다운 권영길 후보의 정책과 공약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지를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