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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과의 ‘가치 연정’은 불필요하다

주류 정치의 위기를 틈타 문국현이 수혜를 얻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의 ‘가치 연정’이 얘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김근식, 김연철, 서동만 등의 ‘소장 학자’ 27명이 공개적으로 “민주신당과 민주당 그리고 창조한국당, 나아가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세력이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나 ‘개혁’과 거리가 먼 세력을 민주노동당과 함께 ‘진보개혁세력’으로 묶는 것도, 노무현 정부나 열우당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학자들이 사실상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사퇴 압력을 넣는 것도 예의없는 일이다.

당 일각에는 문국현의 지지층과 당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에 모종의 공조를 통해 문국현 지지자들에게 ‘말걸기’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지층을 조직된 기반이 아니라 투표층으로 여기는 가정이 깔려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와 노무현도 투표층이 겹쳤다. 그렇지만 당시 민주노동당은 노무현과 ‘가치 연정’을 생각하지 않았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는다. 그렇다 해서 미국의 진보진영이 미 제국주의 양대 정당 중 하나인 민주당과 ‘가치 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국현의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의 조직 기반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한겨레21〉 여론 조사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지지 및 호감층 가운데 4.8퍼센트만이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문국현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면 당 지지자들에게 불확실한 메시지를 던져줄 뿐이다.

둘 사이에 겹치는 지지층이 있다면 환경 분야 정도일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일부 인사들과 전 녹색연합 사무총장 김제남 씨 등이 문국현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문국현이 ‘호남운하’라 할 수 있는 ‘신영산강프로젝트’를 지지하는 걸 볼 때 제한적 정책 연합의 가능성도 높진 않을 것이다.

자본 경영 패러다임

그 밖의 어떤 부분에서도 연합을 고려할 바가 없다. 문국현이 내거는 가치가 분명한 진보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국현은 민주노동당이 “약자를 배려하는 건 좋으나 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고 비판한다. 그는 자신을 “원칙을 지키는 보수”(MBC 〈뉴스데스크〉 인터뷰)라고 표현한다.

그는 “지식에 기반해 노동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이 사회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기반 사회”는 자본이 노동유연성을 추구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내용이다.

문국현 후보의 ‘사람중심 진짜 경제’는 자본과 효율의 입장에서 바라본 새로운 자본 경영 패러다임일 뿐이다. 반면 “자본의 사회화, 기간산업 재국유화, 국제투기자본에 대한 강력한 규제 같은 것은 문국현 후보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것들이다.”(《말》 10월호, 권영길 후보 인터뷰)

문국현의 17대 공약 중 하나는 ‘FTA와 개방형 통상정책’이다. “전투병만 아니라면” 해외 파병도 괜찮단다.

물론, 지금 파병 재연장은 반대하고 있지만, 유엔평화유지군 파병은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문국현에게 ‘가치 연정’을 제안할 게 아니라 그의 모순을 분명하고 예리하게 지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