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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0ㆍ4 선언’과 진보적 학생운동의 과제

진보진영 내 자주계열 학생단체들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하 ‘10·4 선언’)에 커다란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통일을 열망하는 그들의 정서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10·4 선언’에 대한 혼란된 태도가 진보적 학생운동진영 앞에 놓인 과제를 불분명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조짐이 ‘10·4 선언’ 이행을 대선에서 구현시키는 문제에서 감지되고 있다.

‘10·4 선언’ 이행의 논리

최근 ‘10·4 선언 지지 관철 한총련 의장 호소문’(이하 ‘호소문’)이 발표됐다. 이 ‘호소문’은 “10·4 선언 이행 투쟁이 곧 대선 승리입니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는 것이 10·4 선언을 이행하는 것입니다”라고 쓰고 있다.

한나라당과 같은 수구우파 정당에 반대하는 것은 마땅히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다. 그러나 현재 한총련의 최우선 과제인 ‘한나라당 집권 저지’ 실천이 대선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한총련은 이미 10월 4일에 ‘민주노동당 강화에 앞장서자’라는 입장(이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그 글에선 분명히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지지·지원 사업에 적극 나섬과 동시에 민주노동당 가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며 진보의 과제를 협력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이 ‘입장’에도 “민주노동당 강화를 통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모호함이 있었다. ‘민주노동당 강화’가 곧바로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호함이 이번 ‘호소문’에 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이 ‘10·4 선언’을 지지하는 당선 가능한 범여권 후보에 대한 은밀한 ‘비판적 지지’로 나아가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선 실천

‘호소문’은 “10·4 선언을 지지하는 광범한 전 국민적인 6.15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한나라당을 고립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10·4 선언’을 지지하는 세력에 범여권 대선 후보가 포함된다는 데 있다. 이 ‘호소문’보다 먼저 발표된 ‘입장’에서는 “개혁세력 또한 민중들의 지향과 이익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세력임을 명확히 했었다. 그러나 ‘호소문’에선 소위 ‘개혁세력’에 대한 분명한 비판 입장이 유실돼 있다.

사실 ‘10·4 선언’ 이행 운동은 이행주체의 문제라는 쟁점을 회피할 수 없다. 엄밀히 얘기해 ‘10·4 선언’을 합의한 당사자는 노무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10·4 선언’의 이행주체로서 노무현 정부를 제쳐버릴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내포돼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는 세력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지와 연관돼 있다. 그러한 세력들에 대한 지지가 견인이나 활용이라는 논리로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호소문’에 민주노동당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가 완전히 유실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이 반미,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강화하여 대중적 주체 역량을 강화하고 대선승리를 일궈나가도록 힘씁시다” 하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 강화!”가 현 시기 한총련의 과제 가운데 하나임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강화’가 ‘대선에서의 민주노동당 지지’를 뜻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민주노동당 강화’보다 ‘한나라당 집권 저지’가 글의 전체 내용을 통해 더욱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심력

이런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범여권에 의존하게 될 경우 투쟁적 민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고 진보진영의 단결도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에 지지를 보내고 민주노동당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반우파 투쟁의 기반을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진보적 학생운동은 민주노동당 중심으로 단결해 기성 주류정당들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마땅히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구심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 시기 진보적 학생운동 진영 앞에 놓인 과제를 올바로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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