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의 “성역”을 쌓는 자들
〈노동자 연대〉 구독
부패의 “성역”을 쌓는 자들
김덕엽
김대중 아들과 친인척, 청와대가 몸통이었던 대형 부패 추문이 폭로될 때마다 검찰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엄정 수사”, “성역없는 수사”. 그러나 수사 양상은 정해져 있었다. ‘내사 중’이지만 ‘결정적 증거를 포착 못’하거나 ‘뚜렷한 혐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사가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때로는 관련자가 도피해 잠적하는 바람에 결국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몸통은 보일 듯 보이지 않았고 의혹만 무성했다. 그러다 갑작스런 수사 종결….
이 모든 과정에검찰 최고 수뇌부가 있었다. 전 검찰총장 신승남과 광주고검장 김대웅은 김대중 정부의 부패를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데 온갖 노력을 다 했다.
이들은 부패 추문 관련자들이 수사망을 피할 수 있도록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 그들의 도피 시기도 정해줬다. 특히 신승남은 각종 비리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김대중 아들들의 청탁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그 사건들을 모두 불구속 처리하거나 내사 종결시켰다. 둘다 청와대와 김대중 아들이 검찰 수사를 피해 가도록 온갖 수법을 총동원했다. 그야말로 그들은 청와대의 바람막이였다.
검찰 수뇌부가 부패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대중의 반감이 높아지자 검찰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김대중 광주고검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 성역없는 사정”을 외치지만 정작 검찰 자신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는 ‘자신들만의 성역’ 지키기에 급급하다. 검찰은 철두철미하게 비민주적 기구다. 얼마 전 부패방지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현직 차관급 검사가 포함된 전·현직 장·차관급 비리 혐의에 대해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일관했다. 검찰 간부가 인사청탁을 위해 수천만 원짜리 고급 카페트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말이다. 되레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오히려 고발인을 윽박지르는가 하면, 진술 내용을 조서에 남겨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 또 부패방지위원회가 요청한 사건 기록 열람도 거부했다. 검찰은 자신들의 특권을 이용해 주머니를 채워 왔다. 권력층들이 권력을 이용해 기업한테 돈을 받고 그 대가로 기업에 특혜를 주는 부패의 기본 패턴은 검찰 기구에 그대로 적용된다. 신승남은 지난해 1월 대검 차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1천2백억 원대의 무역금융 사기 사건의 당사자를 불구속 처리했다. 신승남은 검찰 총수에 오른 뒤 울산지검 특수부가 조사중이던 평창종건 뇌물공여사건 내사를 중단시켰다. 기업 사냥꾼 이용호는 검찰 간부들한테 돈봉투를 건냈고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수사는 여러 차례 신속하게 종결됐다. 다시 불거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에도 검찰 간부가 포함돼 있다. 용도변경을 위한 비자금만 해도 1백10억 원대다.
검찰이 이권을 챙기는 동안 그들의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2001년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법무부와 검찰 내 재산 공개 대상자 가운데 89.8퍼센트나 재산이 증가했다. 재산이 1억 원 이상 증가한 사람이 1명, 5천만 원 이상 증가한 사람이 9명이나 됐다. 신승남은 수천만 원대 고급 헬스클럽 회원권을 재산공개에서 누락했다. 1993년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도 차관급 1백25명 중 검찰 고위 간부 세 명이 재산 보유 순위 5위 안에 들었다.
검찰은 뼛속까지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 부패 구조에 활용되는 “수천 가닥으로 연결된 부르주아들 사이의 끈”은 검찰 기구에도 연결돼 있다.
과연 이런 검찰이 부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